<이미지 9> 주말 오후를 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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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를 죽이다
전신거울 보듯 먼 산은 이미 백발이다. 큰 눈이 자자들자 바람은 바리캉
을 쥐고 땅거죽을 삭둑 잘라낸다. 칼날이 지난 자리에 듬성듬성 비듬 깔
린 길이 드러나고 주말 오후를 죽이려는 행자들로 북적거린다. 얼룩진
길로 검버섯 핀 그림자가 모여든다. 세월 참 무섭다. 칭찬에 고래도 춤
을 추지만 당돌한 시간 앞에서 어찌할 노릇이 없고 지독한 세월 앞에
그림자마저 허리가 반으로 접힌다. 너무 멀리 왔구나, 행자의 느린 걸음
은 시누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 낡은 벤치 앞에서 멈춘다. 고장난 시
계추처럼, 한참 긴 숨을 폐부로 들이키고 늘어진 커튼같은 하늘을 동공
에 담는다. 날선 부메랑처럼 매섭게 되돌아오는 일상, 누구도 반기지 않
는 누추한 비둘기 날개같이 꺽인, 한땐 누구의 어머니, 아버지였을, 한쪽
뇌 망가진 장수풍뎅이가 되어 뱅뱅 길을 더듬는다. 바람이 흩어지는 날,
두볼에 입 벌린 석류가 매달린다. 꼭 저민 옷깃이 나부낀다. 말초신경이
부르르 떨린다. 손에 쥔 것 하나 없으니 몸보시라도 해야할런지
글쓴이 : 박 정 우
댓글목록
라쿠가라차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잘 읽었다 하는 기분이 듭니다
전아직 그런기분 느끼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다른분들이 의견을 달아주셔도 좋고 아무 의견도 달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P.S 전 21살입니다 . 언제쯤 가능할까요 ?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네 일상과 범상한 삶처럼
문학은 자신의 신변에 부대끼며 살아 숨쉬고 있어야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이승의 삶 또한
살고, 죽고, 죽어가는 과정의 연장선 상에 있으므로
어떤 무형의 잘 정돈된 틀 속에 있다 봅니다.
사회든, 규범이든, 법이든, 제도든,시작법이든
먹고 살기위해 공학을 전공했기에 "문학"과 "시"에 대한 깊이는 없습니다.
게릴라적 소신과 문외한의 생각이지만
그림 = 독화,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 = 독심 이라 봅니다.
눈을 크게 열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예술은 그 서로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무너졌기에
시란 이것이다. 시는 이래야 한다 라는
아집과 편견은 버려할 때라 생각합니다.
"시는 이렇게 쓰는 거야", 사실 이는 절대 수긍하지 못할 말입니다.
현재든 과거든 주물틀같은 시작법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좀더 자유로워지고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작가의 마음이 읽을 수 있다 봅니다. 독심
회전목마에 올라 시작을 하고 읽을 것인지
KTX에 올라 시작을 하고 읽을 것인지
선택은 본인에게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직 문학적 소양과 시력이 미천해
남/녀/노/소, 어느 작가든 간에
"쉽게 쓰여진 시" 가 편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박정우 시인님
공룡식당에서 마음이 잡혀
주말오후를 죽이다까지 따라 왔습니다.
'날선 부메랑처럼 매섭게 되돌아오는 일상'
그 일상에서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몸보신 하시고 건강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미천한 글을 따라와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몸보신을 열심히 해
세상에 득이 되도록 몸보시라도 해야할 듯 합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어젠 하얀 세상
오늘은 봄 같은 봄이구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세월은 제 할 일을 한다
사람에겐 줘진 일마저 놓아야 하는 현실
시간과 맞춰야 갈 수 있기에
찾으면 동행하리라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2015년도 연말정산서가 나왔습니다.
세금을 덜 냈으니 더 받은 만큼, 더 사랑한 만큼
토해내라 합니다.
퇴근해서 안사람에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표현불가)
겨울도 끝물이니 부지런히 새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예시인님의 댓글

시상 전개가 참 재미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풍이기도 한데...
아직도 말초 신경이 살아 있으니,,건장하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머지않아 스스로 밟고 지나가 할 시간과 세월인 듯 합니다.
겨울이란 한 계절이 거짓없이 흐르고
다가올 새봄을 위해 날이 조금씩 풀리고 있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