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5] 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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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 / 테우리
평생을 한량의 뒷구멍을 뒤치다꺼리하던 82년 묵은 넙다리뼈가 우두둑거리더니 결국 성급한 버스에 엉덩방아를 찧은 꼴이다
대략 30000개 해를 품고 평생 노닥거린 할배 몇날며칠 기침을 하더니 허파에 바람이 빠져버렸나 대신 물이 찼다는데
아! 숨이 가쁘다
대퇴골의 하루와 늑골의 이틀 사이 여생의 골격은 한 통 속
마디마디는 그렇게 동고동락 중이다
으스러지도록
보는 이 눈을 피해 청실 홍실 각 방을 쓴다지만
한 병원 한 발치에서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천생연분
박노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 이뻐서가 아니다
젖은 손이 애처로와서가 아니다
이쁜 걸로야 TV탈렌트 따를 수 없고
세련미로야 종로거리 여자들 견줄 수 없고
고상하고 귀티나는 지성미로야 여대생년들 쳐다볼 수도 없겠지
잠자리에서 끝내주는 것은 588 여성동지 발뒤꿈치도 안차고
써비스로야 식모보단 못하지
음식솜씨 꽃꽂이야 학원강사 따르것나
그래도 나는 당신이 오지게 좋다
살아 볼수록 이 세상에서 당신이 최고이고
겁나게 겁나게 좋드라
내가 동료들과 술망태가 되어 와도
며칠씩 자정 넘어 동료집을 전전해도
건강걱정 일격려에 다시 기운이 솟고
결혼 후 3년 넘게 그 흔한 쎄일샤쓰 하나 못사도
짜장면 외식 한번 못하고 로션 하나로 1년 넘게 써도
항상 새순처럼 웃는 당신이 좋소
토요일이면 당신이 무데기로 동료들을 몰고와
피곤해 지친 나는 주방장이 되어도
요즘 들어 빨래, 연탄갈이, 김치까지
내 몫이 되어도
나는 당신만 있으면 째지게 좋소
조금만 나태하거나 불성실하면
가차없이 비판하는 진짜 겁나는 당신
죄절하고 지치면 따스한 포옹으로
생명력을 일깨 세우는 당신
나는 쬐끄만 당신 몸 어디에서
그 큰 사랑이, 끝없는 생명력이 나오는가
곤히 잠든 당신 가슴을 열어 보다 멍청하게 웃는다
못배우고 멍든 공순이와 공돌이로
슬픔과 절망의 밑바닥을 일어서 만난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저임금과 장시간노동과 억압 속에 시들은
빛나는 대한민국 노동자의 숙명을
당신과 나는 사랑으로 까부수고
밤하늘 별처럼
흐르는 시내처럼
들의 꽃처럼
소곤소곤 평화롭게 살아갈 날을 위하여
우린 결말도 못보고 눈감을지 몰라
저 거친 발굽 아래
무섭게 소용돌이쳐 오는 탁류 속에
비명조차 못지르고 휩쓸려갈지도 몰라
그래도 우린 기쁨으로 산다 이 길을
그래도 나는 당신이 눈물나게 좋다 여보야
도중에 깨진다 해도
우리 속에 살아나
죽음의 역사를 넘어서서
이른 봄마다 당신은 개나리, 나는 진달래로
삼천리 방방곡곡 흐드러지게 피어나
봄바람에 입맞추며 옛얘기 나누며
일찍이 일 끝내고 쌍쌍이 산에 와서
진달래 개나리 꺾어 물고 푸성귀 같은 웃음 터뜨리는
젊은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그윽한 눈물로 지자 여보야
나는 당신이 좋다
듬직한 동지며 연인인 당신을
이 세상에서 젤 사랑한다
나는 당신이
미치게 미치게 좋다
조경희님의 댓글

정말 이미지를 자세히 보니
공감이 갑니다
시선이 예리하시네요
아무레도 시적 자아가 건강해서 병원과는 거리를 두어야 좋겠지요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이런 식도 사랑인지 모르겄습니다
평생을 저렇듯 살아온 노부부의 이야기
천생연분으로 지금도 진행중인
병원이 주요 거점이라. ㅎㅎ
감사합니다
창랑님의 댓글

한 지붕에서 허벌나게 좋을수야
없지만 서로 각 방을 쓴다니...
제 주위 사람들이 말하기를
요즘 다들 그렇게 산다네요
좋은 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각 방 물론 그렇지요
윗글은 어느 노부부의 얘기랍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쓸데없는 주책에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