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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이제 감 잡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751회 작성일 16-02-16 19:42

본문

 

이제 감 잡다/

 

땡감을 잘라서 대(竹) 발에 널어놓으면

늦가을 햇살에 꾸덕꾸덕

곧 단맛이 났다

처음엔 살집 두툼한 것으로 골라 먹다가

그도 저도 궁해지면

씨가 절반인 떫은 것도 집어먹었다

왠지 떫은맛이 몸에 이롭겠지

스스로 되잖은 땡감 박사가 되곤 했었는데

시골에서 감만 먹고 있다간

똥구멍이 막혀 죽을 것 같아서

그 길로 어찌하다 시멘트 장사를 펼쳤다

한날은 맹하게 떼인 돈에 뿔따구 난다고

홍시 같은 여자들이 술 파는 곳에서

떼인 돈보다 더 많이 홧술을 먹고 나면

그 옛날 땡감 말리던 해가 중천이었다

눈 뜨니 노래방이더라고

언감생심(焉敢生心)* 구라를 치고

컵라면을 먹으려 고개 숙이는데

조금 떫더라도

꾹 참을 걸 하는 후회가 자꾸만 들곤 했다

 

 

* 焉敢生心(언감생심)

어찌 감(敢) 히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으랴

추천0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읽다보면 콧바람이 훗훗훗 새어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홍시 같은 여자들이 술 파는 곳에서
떼인 돈보다 더 많이 홧술을 먹고 나면"
이건 무슨 황당한 낭만주의인지 주정주의인지,
역시 묘한 가락을 지니셨다는. 엄숙주의 뽈따구를 때리고
또 알싸한 시 맛.
늘 경이롭다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진짜 많이 아프셨나 봅니다.
모처럼 뵙는 느낌이 드는 것이 그동안 가족처럼 지냈나 봅니다. 으허허허
컨디션이 좋아지신 듯 해서 저도 기쁩니다.

최승화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승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 잡았으면 그만?...뭔 줄 아는 순간이 가장 어려운 시간!
그 시간을 낚아 채는 순간 감성돔을 뜰채에 올리는 순간!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은 잡았는데 뒤따라 불경기가 잡으니
일에 재가 잡히는 데에는 노력, 경험 말고도 운도 필요하구나 싶네요.
으허허허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나온 이력이 곶감 맛에 들어있군요.
씨앗보다 더 딴딴해서 깨먹을 수도 없고 가슴에 묻어 훗날 만나면 발아되게 거름이나 주세요.
저도 단단하게 일어서고 싶지만 좋은 작품들 읽다가 워낙 불알을 많이 처서 아래가 상했습니다. 그러니 먼저 GO하세요, 현로님.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슨 말씀을......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쓰고
동피랑 해안은 마르지 않는다 다만, 더 큰 파도를 위하여
몸을 웅크릴 뿐이다라고 읽습니다.

조경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제는 그 감이 떫은 맛을 싹 덜어내고
단맛이 혀끝을 녹인다는...
늘 이렇게 좋은 시로 오시니
머지않아 큰 일 내실 듯 합니다
파이팅 하시고
힘찬 하루 만나세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엇? 혼자 사시는 스무 살 여류시인님 오셨네요?
못 썼는데 떨어뜨리시려고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한 번만 봐주세용용용(킥킥~)

고현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지 마감일에 쫓겨서 급조하다 보니까 미숙한 점들이 자꾸 보여서
군데군데 수정을 했습니다.
미숙한 원작을 먼저 보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욤^^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은 슬픈 동물?
시를 위한다면 내 상처를 헤집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녀...
해서 잊고살던 과거도 데려오고
궁리로 끝냈던 미래로 가상의 현실도 만들고...엄살쟁이. 거짓쟁이...시의 변으로 다 용서 되는
감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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