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0) 무소유 > 창작시

무소유/예향 박소정

님계신 불일암 산길따라 걸으면
속세에 묻은 마음 때부터 씻어라고
무소유 샘물, 피안의 너른 품으로 흐른다
고행으로 홀로 행하신 해탈의 길에서
님과 교우하신 대숲과 물과 가지에 걸린 달
무소유로 바라밀 정진하신 반듯한 선정에
피안, 그곳으로 해탈하신 법정스님 참사랑

사방이 고요한 님의 오두막 집에는
빛바랜 빠삐용 의자와 고요한 산풍이
가신 님 대신에 속세의 손을 잡아주고,
외로운 님의 산방에 달님도 기웃대던 밤
님께서 속세에 남긴 무소유 반듯한 철학은
사립문을 들어서면 복잡한 이 마음을 헤아린다.

흐트림없이 산방을 지키는 흰고무신
빈의자에 놓인 방명록, 볼펜, 사탕 바구니
너무 작은 것에서, 크나 큰 가르침으로
미혹한 생사유전, 번뇌의 고된 이승에서
육바라밀을 행하신 자혜로운 뜻을 교감한다.

소통과 자비를 일깨우는 숙연한 가르침
가신 님 무소유는 이심전심 사립문을 나서고
언젠가는 모두 홀로 먼길을 떠나지만
님의 빈의자가 오늘도 묻는다.
그대, 멀리서 이곳까지 왔구나!
그대는 무엇을 소원하는가?
그대는 무엇을 더 욕심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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