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7 이벤트) 계단엔 이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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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엔 이빨이 있다 / 김선근
자동차 부품처럼 진열해놓은 돼지 내장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어둠이 보도블록에 깔리면 회귀본능처럼 몰려온다
계단에 오를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과
몇 계단 굴러 떨어진 사람들
칼바람이 등골을 쑤셔대는 포장마차
곱창이나 막창 불알까지 푸짐하게 썰어낸다
입술 앙다문 자물통이 있는 화장실 통로
막걸리 두어 병에 게트름 하였으므로
가파른 계단이 으르렁거린다
의자가 몸을 비틀며 삐걱거리고
먹었으면 배설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사람들이
휘청거리며 계단을 오른다
가끔 골다공증 걸린 발목을 부러트리기도
갈매기가 동공을 파먹은 젊은 여자의 쇄골을 물어뜯어
병원에 실려 갔다
산란을 꿈꾸는 불콰한 연어
몇 순배가 돌면 아가미가 휘어지고 톱니가 된다
강물이 비늘처럼 일렁이는 남대천, 구겨진 지느러미 펼럭이며
까마득 보를 뛰어 넘는다
세인트헬레나 699개 견고한 고리로 연결된 야곱의 사다리
생의 계단을 뛰어넘다 얼마나 곤두박질 쳤던가
지느러미 너덜너덜한 연어 한 마리가
하루보다 질긴 곱창을 씹으며 계단을 오른다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차분하게 풀어내신 언어의 힘이 돋보입니다.
"하루보다 질긴 곱창을 씹으며 계단을 오"르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정민기 시인님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는 오직 산란이라는
희망 하나뿐이지요
네 시인님도 새해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따스한 걸음에 감사합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이미지와 시제와 본문의 끈질긴 진술.
지느러미 너덜너덜한 연어 한 마리...
민초의 속성이 잘 서술된 한 편입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한 해 동안 창작방 활성화를 위해 노심초사 부단히 애쓰시는
최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아등바등 살아가는 서민들의 따뜻한 인간미 울분과 애환이라 할까요
그러나 늘 뭔가 부족하기만합니다 언제나 선생님처럼
멋진 건축물처럼 완성된 시를 쓸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합니다
아쉬움이 많지만 문우님들의 채찍을 맞으며 쓰고 또 쓸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습니다
선생님의 귀한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활연님의 댓글

저는 우선 회기본능에서 잠시 주춤,
오타이거나 소리은유일까 생각해보다가, 끌로 나무를
사정없이 도려내 새긴, 목판화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도시와 도시인의 일그러진 자화상,
세상은 아름답게 청정한 시냇물이 아니고 수챗구멍으로
검게 흐르는 밤이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술어가 강력하게 외치는 소리 때문인지, 아득하게 어둡습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아이고 시마을의 자랑이시며 독보적인 천재 시인님께서
걸음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회귀본능은 연어를 상징한다 할까요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은 기어코 산란을 꿈꾸는 연어처럼
실낱같은 희망을 움켜쥐고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맑은 시냇물이 아니고 수챗구멍 같은 것이지요
아무리 경제가 발전했다고는 하나 대다수를 이루는 서민들은
도시 변두리에서 가난이라는 굴레를 쓰고 전전긍긍하며 살아갑니다
새해 벽두에 보다 밝은 시를 써야는데 어두운 시가 마음에
걸리기도 합니다
귀한 감상평에 감사드립니다
활연, 그 이름이 한국문단에 길이 빛나시길 기원드립니다
신광진님의 댓글

김선근 시인님 자주 인사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시는 서툴러서 마음만 남겨 놓습니다
시인님 시는 몇번을 읽어보게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신광진 시인님
언제나 부지런함으로 또한 시에 대한 열정으로
시마을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시인님
늘 고마움과 감사를 드립니다
굳이 사람을 평가한다면 언행이 처음과 끝이 항상 일관되는
분이 참 좋은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고운 걸음에 감사드립니다
시꾼♪님의 댓글

앞으로 계단을 오를 땐 계단에도 이빨이 있다는 것 단디 기억하겠습니다
이렇게 맛있게 쿡 쏘게 시를 짓는 분은 시인님 뿐,
즐감하고 즐감하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김선근님의 댓글

에쿠, 중원을 호령하시는 시검객님께서 귀한 걸음을 주셨습니다
서민들에게는 항상 불편이 동반니다
가파른 계단에 가로막히지요
발 동동 구르며 밀린 지하철을 타야하고
공사판 구석에서 아내가 싸준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고
막걸리 한잔이라도 칼바람을 안주 삼지요
그것이 우리네 서민들의 슬픈 삶이겠습니다
변변치 못한 시에 과찬을 주시니 부끄럽습니다
부디 16년도에는 용맹정진하시어 중원을 평정하시길 빕니다
계단 오를 때 조심하시고요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