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4)월출산 > 창작시

전남 영암에 가면 기암괴석으로 우뚝선 산이 하나 있으니 그 이름하여 

과연 달이 노닐다 쉬어갈 월출산이었다. 작년, 초봄이 올 즈음 처음으로 가 본 월출산, 남쪽 끝자락에 무슨 저런 산이 다 있을까 경외로움에 서서 한참을 올려다보며 공손하게 경의를 표하고 산을 올랐다. 천황사를 지나 가파르게 오르는 좁은 등산길에는 댕강 댕강 자결한 동백꽃들이 마른 숲속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동백꽃들의 붉은 사연의 궁금증은 높다란 산중턱 바위산을 이어주는 천길 낭떠러지의 구름다리에서 거의 사라졌다.구름다리를 지나자마자 벌떡 솟은 까마득한 암벽길 이다. 머리속은 온통 하얗게 되었고 동백꽃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비경속 바윗길을  비몽사몽 오르락내리락 휘돌아 정상에 올라보니 저 아래로 영산강이 굽이쳐 흐르고 멀리 크고 작은 남도 섬들이 배들과 더불어 점점이 떠있었다. 지나온 천길 낭떠러지 구름다리도 저 밑에 가물가물 조그맣게 걸려있었다.정상을 거쳐 도갑사 쪽으로 산을 종주하며 하산을 하는 길은 가파름 속에서도 푸근함이 함께 깃들여 있었다. 수많은 기암괴석들, 커다란 남근석도 만져보고 여근석인 베틀굴에도 들어가 보았다. 장군바위를 뒤로 하고 억새밭을 지나니 비교적 완만한 길이 도갑사까지 이어졌고 잊혀졌던 동백꽃들이 다시 나타났다. 숲속길을 따라 여기저기 댕강 댕강 자결한 붉은 동백꽃들이 아직도 살은 듯 아직도 사랑에 빠진 듯 황홀한 모습으로 흩어져 있었다. 지금쯤 월출산에는 새하얀 눈꽃 사랑에 빠져버린 동백꽃이 붉게 붉게 피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