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한 마리 씹은 듯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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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한 마리 씹은 듯한 표정으로
정민기
저는 비둘기를 날려 보냈습니다
다리에 쪽지를 묶어 날렸습니다
비둘기가 그녀 머리에 앉기 전에
그 옆에 있던 남자의 눈초리에
정확히 맞고 말았습니다
땅바닥에 떨어지고 만 비둘기
쪽지는 그대로 비둘기 다리에 묶여 있습니다
아무도 내려다보지 않고 그저
발길질을 해댑니다
그렇게 저는 상처받고 말았습니다
절대 아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날갯짓할 수 없는 비둘기
어느 장맛비 오는 날이었습니다
비인지 눈물인지 쏟아지는데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제 사랑도 그렇게 가슴에 묻었습니다
비처럼 눈물처럼
저도,
땅속으로 한없이
한없이 들어가고 싶습니다
바퀴벌레 한 마리 씹은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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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비록 시인님의 마음이 비둘기를 통해 전해지지 않했어도
이 세상에 아름다운 시로 울려주고 있습니다.
더운 날 감동으로 지친 마음을 식히고 갑니다
건필을 빕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