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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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
김선근
몽골 고비고원 한 무리 쌍봉낙타들이
모래언덕을 걸어가고 있다
앞니가 빠진 노인이 연신 채찍을 가한다
유목민으로 살아온 사내
낙타의 코를 뚫며 바짝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영역을 벗어난 적이 없는
교미할 때나 짐을 실을 때 무릎을 꿇는
목이 뻣뻣한 인간이나 털을 깎이며 살아있어도 죽어버린 양이나,
저 순종의 시원
며칠째 새끼 젖을 물리지 않는 어미
마두금을 켜는 늙은 악사의 손끝이 떨리고
우우 현에서 뿔을 자르고 밀림을 지나 강을 건너는
낙타 떼 울음소리가 들린다
두 겹의 눈가 촉촉히 젖는다
아픔을 치유한 어미가 가랑이를 벌리며 젖을 물린다
잠시 모래 폭풍에 휩쓸려간 우윳빛 감성은
어둠 속에서 무수히 빛나는 행성
낙타로 살아가는
뭉툭한 발굽으로 진화되어버린 사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태고의 짐승은
출렁거리는 사막을 유리하는 배
밧줄로 단단하게 동여맨 게르 귀퉁이
포구에 정박한 낙타들이 고단한 걸음을 꺾는다
늑대의 울음소리와 어둠을 몰고 온 사막이 긴 활대로 마두금을 켜며
밤을 조율하고 모태를 상실한 낙타 한 마리가
바람의 노래에 귀를 세우고 있다
댓글목록
신광진님의 댓글

김선근 시인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바람의노래 감동의 물결이 몰아치는 대작입니다
시글이 같은 자리만 맴돌아서 쉬었다오니 마음이 가볍습니다
주고 받지 않아도 한결 같은신 그 마음의 고마움을 느낍니다
회장님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세요.^^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아쿠 글 올리자 오셨습니다
오랜만에 참 반갑습니다 신광진 시인님
우리는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항상 일관된 모습이겠지요
네 주고받는 말은 없어도 변치 않는 마음
그것이 이곳에서 만난 좋은 문우의 인연이라 하겠습니다
예전에 시를 퇴고해 올려보았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

좋은 시, 표현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아이고 인사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잘 계시지요 정민기 시인님
장마가 시작 되었습니다
늘 정진하시어 좋은시로 뵙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