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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6회 작성일 16-02-06 06:58

본문

다섯 손가락

 

 

긴 세월의 동고동락에

손끝의 오형제

주인이 잠든 한밤에

그들만이 모여 익숙한 솜씨로

환희가 지층을 쌓고있는

어두운 밤하늘에 추상화를 그려댄다

수없이 만져본 세상의 만물

총대의 방아쇠

장닭의 모가지

지렁이의 허파를 물어뜯다 피 흘리는 메기의 아가미

카바레 불빛 아래의 그녀의 허리춤, 침대 위 어둠 속의 깊은 계곡

세종대왕을 뒤덮고 있는 수억의 잡균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아도

스스로 방황의 앞잡이가 되어 만지고 만졌다

이제는 푸른 핏줄기 정맥으로 이끼낀 손잔등에

훈장을 달아주며 개고랑을 더듬는다

개고랑, 영원한 쇠고랑

그것은 주인 몰래 그릴 수 없는

하늘 속의 정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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