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에 일기를 쓰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새벽 세시에 일기를 쓰다 / 안희선
그러니까,
나의 삶이 온전히 깨어있기를
불투명한 착오의 시간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깊이를
탐구(探究)하기를
또한 가벼운 기쁨을 위하여,
무거운 고난을 멸시하지 않기를
그리하여,
나의 시선(視線)은 뜨거운 가슴을 발견하고,
영혼에 고인 눈물이 고요히 솟아나기를
차가운 죽음이
모든 것을 삶에 호소하는 시간에도,
나의 유일(唯一)한 의도는
오직 사랑이 될 수 있기를
빈다
살아오며
가장 무서운 증오를 터득한,
그런 날이라 할지라도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곱습니다. 좋습니다.
왜 좋은지는 아직 모르지만,
딱 봤을 때, 좋은 시는 이유 없이 그냥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왜 좋은지 생각하는 것은 나중 일이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ㅁ^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너그럽게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정민기 시인님,
誕无님의 댓글

시인님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어 적습니다.
가장 약함이(병이 깊으시기에) 가장 강한 의지가 됨을
시인님은 바르게 아시고 계십니다.
무엇이든 내가 그것이 되었을 때 그것을 바르게 알 수 있지요.
마치, 시인님과 동창생이신 류시화시인이 깨침을 체득하기 위해
모든 명예를 버리고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구도자의 길을 가는, 고행의 수도자가 부른 노래 같습니다.
지금 병이 깊으신 게 고행이잖아요.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한 의지이듯
무서운 증오가 좋은 공부의 재료가 되지요.
오직 유일한 사랑이 되었을 때는(유일한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을 포섭한 또 다른 상징성일 수 있지요)
증오도 다 소멸하고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시인님의 시는 종연에 부친 6연을 먼저 읽고,
마지막으로 5연을 읽으시면 더 좋지요.
시인님의 뜻을 왜곡하지 않을 수 있다면 아무렇게 읽어도 되고요.
자신의 시는 잘 쓰는데 시인님의 시를(다른 분의 시도 물론이거니와)
깊이 있게 읽지 못하고 대충 가볍게 읽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건강, 더는 악화되시면 안 됩니다.
귀찮고 힘들지만 잘 관리하십시오.
誕无님의 댓글의 댓글

아!
그리고 추신 있습니다.
새벽 세시를 90도로 읽어보았습니다.
앉은 자세도 90도가 될 수 있고,
간절하게 조아릴 때도 90도이지요.
이것이 이 노래의 1연에서 5연까지 절묘하게 매치가 되더군요.
유일한 사랑을 위한 간절함.
안희선님의 댓글

안재찬이를 말씀하시니.. (류시화의 본명이 안재찬입니다)
요즘은 뭘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 또, 훌쩍 인도에 간 건 아닌지..
고교 문예반의 추억을 되살려 보자면.. 제일 걸작품?은 마광수 선배 (웃음)
그건 그렇고
부족한 글에 늘 과분한 말씀을 주시니, 몸 둘 바를..
사실, 이 졸시는 거꾸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의도적으로 한 번 그렇게 써보았습니다)
암튼, 잠 들기 전에 하루 동안에 잘못한 일들을 반성하곤 하지요 (저는 취침 시각이 세시)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탄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