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가 > 창작시

봄이 오는가/활공

새벽 삭풍은 가차 없이

들판을 지나 나에게로 와
가슴을 차갑게 후비고 들어 맥박이 요동친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그 마음
하늘은 금방이라도 

푸른 코발트을 쏟으려 듯 한데
대지야 말해 뭐하겠는가
목마른 봄이 시작된 걸까
하얀 설원에서 보던 그 아련한 영상들이
추억으로 남고 파릇파릇 봄은
조심스럽게 땅을 헤집고 나온다
대지 위에는 하나 둘 씩

초록의 서곡이 시작 되었는데
청보리 밭 이랑 사이 이는 바람은 확연히 부드럽다
밤이면 물러앉은 봄이

조금은 애처롭기까지 한데
먹구름 사이 달빛은
보름을 지난 뒤라 어수선이 다가온다
먼 산 중턱에 걸쳐 쉬어 넘는

저 구름은 또 어디론가
바람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기며
누구의 가슴 설레게 하리
기다린다는 것은 늘 가슴이 설레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목 길게 빼고 흘러 흘러 가는 시간은 길다
언제 쯤 가슴으로

그리운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는가
기다리다 잠에 빠져

몽롱한 꿈의 세계에 가 있는데
부엉이 밤새 어둠을 읇으면 
깊고도 깊은 봄이 흐릿이 미소 짓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