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에 비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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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에 비친 詩 / 테우리
한겨울에도 초록을 붙들고 끈질기게 매달린
저것이 대체 무엇이더냐
어느 시인은 조등이라 어설픈 불빛처럼 읊었지만
돈도 얼마 안 되는 것 설마 알고 그랬을까
주렁주렁 분명한 건 노랗게 익은 문체다
달콤 시큼한 문장이 다작다작이다
보기만 해도 앓던 이까지 시린
큼지막한 놈으로 야구를 할까 불알만한 놈으로 탁구를 칠까 튼실한 놈을 골라 당구나 칠까
못 생긴 놈 납작 눌러 전이나 부칠까 달콤하게 씹히는 건 배부른 위장으로 흘려보내고
시큼한 것들은 이 들녘에서 풍장을 치르며 노래나 부를까
이대로 뒀다간 온갖 풍파에 시달린 농심의 심기처럼 누렇겠지
이럴까 저럴까 까칠한 생각들을 되새기며 곱씹는 사이
구경나온 까치들 여기저기 깍깍거린다
안 그래도 춥고 시린 날에 시체 같은 시상들
고름처럼 비치는 고드름들이다
하얀 날의 노란 은유들
더욱 시다
댓글목록
라쿠가라차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무슨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라면 집 가면서 귤 한 봉지 사가야겠습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눈 밭에 노랗게 달려있는 귤 이미지가 선명히 떠오르네요.
입안이 시콤 새콤해지는 게...
오늘은 귤 까놓고 소주 한잔 해야겠습니다.
안 마시려고 했는데 오늘까지만...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