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벗는 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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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벗는 女子 / 김선근
어둠이 하루의 살점을 발라먹으면 사거리에
일제히 홍등이 켜진다
엔진은 예열이 필수이므로 비에 젖은 전단지 같은 사람들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신다
부킹 100프로 현수막이 펄럭이는
벌써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풋사랑은 이력서를 보지 않는다는
불문율에 지문처럼 서명한,
누설은 죄악이라는 형이상학자들이 망각의 술잔을 부딪치며
부라보를 외친다
허물을 벗지 못하면 허물 속에 갇혀 죽는다는 女子
우툴두툴 일상 같은 허물을 빠져나온 알리노보아뱀의 감촉은
실크보다 매끄럽다
하룻밤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재를 뿌리는 아라비아 공주가 되고 싶다고
허물 같은 것들은 훌훌 벗어 던지고
리우데자네이루 삼바 축제가 벌어진다
휘황한 사이키 조명이 꺼지면 바닥에 널려있는 투명한 껍질들
술 취한 바다는 갯비린내를 풍기며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술에 취한 죄는 죄가 아니므로
통과의례를 마친 대실 같은 사람들이 몽환의 아카시아 숲을 지나
꿈의 궁전으로 간다
달과 구름이 내통하고 장막이 고유 넘버를 가려주는
층층이 비둘기집
깜직한 알리노보아뱀이 본능을 핥아대는
댓글목록
문정완님의 댓글

현 사회의 어두운 한 구석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 우리 사회의 문화를 꼬집는 것 같습니다
나이트크럽가면 부킹은 기본이고 눈과 눈이 간통하면 꿈의 궁전으로 향하고 장막이 고유넘버를
숨겨주는 것은 안심하고 내통해라는 꿈의 궁전 주인의 서비스죠
집에 들어오면 내꺼고 밖에 나가면 남의 것 ,,,오죽하면 이말이 공감을 이루는,
이밤도 전국 구석구석 꿈의 궁전에서 허물 벗는 여자 허물을 삼키는 남자
밤이 짧겠습니다.
회장님 건강하시고 건필 철필 하십시오.
피탄님의 댓글

홍등가 풍광에 대한 글이 많이 보이는군요. 요즘...현실은 낭만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시가 있어 아픔을 달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갑장 시인님
회장 감투를 벗으시더니 시인님 본연의 냄새며 색깔까지 화악 달라져버렸습니다
이름만 감추면 누가 쓴 건지 모를, 구분이 참 모호해져버린 시향입니다
세상이 바뀌듯 따라 그 취향도 바뀌어야겠지요
감쪽 같습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아이고 반갑습니다 문정완 시인님
중원을 누비는 시검객님께서 화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눈치 체셨습니다
저는 나이트클럽에 가본지가 참 오래 되었습니다만
오늘도 시계바늘 같은 지겨운 일상, 스트레스 해소라는 명분으로
도시의 한 복판에서 요란한 밴드에 맞춰 묻지마 파티가 벌어집니다
언제나 술은 필수불가결하지요
또한 술 취함을 빙자해 2차로 가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
풋사랑이 넘실거리는 꿈의 궁전 말입니다
입춘이 모레인가요 이제 기승을 부리던 추위도 곧 물러나겠지요
특유의 열정과 끈기로 시력을 숫돌에 갈고 또 갈아
시인님의 독창적이고 화려한 칼춤을
손에 땀이 나고 숨죽이며 감상하기를 기대합니다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피탄님
러브호텔 이미지를 보면서 졸시를 써 봤습니다
시가 날개를 달고 훨훨 자유자재로 날아야 하는데
필력이 딸려 확장을 못하고 늘 그 타령입니다
따뜻한 걸음에 감사드립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ㅎㅎ 반갑습니다 갑장님
늘 변신을 꿈꾸는데 그렇게 보아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나무 둥치 매미가 등을 쩍 가르고 은빛 날개를 달아야 하는데
여름이 지나도록 엉거주춤 탈피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변화하지 못하는 것들은 제 자리를 맴돌거나 이내 퇴화 되고 말지요
보다 젊은 감각으로 우화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감쪽 같다라는 말씀에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의 열정에 늘 감동입니다, 지성이면 감천
16년도에도 더욱 문운이 빛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