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삶의 조각
나의 어린 시절 삶은
보드라운 점토로 빚은
매끄러운 재질감이 묻어나는 여리고 고운 조각이었다.
청년기에 빚은 거친 조각의 재질감은
내 진솔하고 절절한 삶의 몸부림이었다.
늙어 조각하는 창백한 이 재질감은
아득하게 멀어진 하얗게 빛바랜 추억과 회한이다.
아들아! 내가 망령이 들거든
애달파 하지 말라
늙어 망령이 드는 것은 평생의 삶이 명상으로 조각되는 것이니
하루해가 질 때도 붉은 재질감으로 조각된 태양이
얼마나 망령이 들었으면
이미 진 줄도 모르고 내일 또 서산으로 지지 않느냐?
추천0
댓글목록
피탄님의 댓글

반 베토벤이라는 필명처럼 무거운데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감상이 일품입니다.
늙어 망령이 들어도 조각이라는, 한낱 젊은이인 저로서는 느끼기 힘든 삶을 느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