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와 반송,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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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와 반송, 그 사이
비로소 빈집이 되었다.
대청마루 밑 구렁이, 유리구슬을 물고 뒤란 미루나무에 오른 것을 끝으로 먹빛 윤곽만 남았다.
제살 뜯어먹고 도는 돌쩌귀의 노래,
옥문 찢기는 아픔으로 바람을 받아드렸던 장지문,
욱신거리는 어깨, 앙다물었던 어금니에 금이 간 들보는
오늘, 굴레를 벗고 자유입니다.
망초, 바랭이가 월경한 섬돌 위. 경계를 허물다 주군을 잃은 외짝 고무신, 타고 갈 꽃상여를 기다린다. 툇마루 바닥에 너부러진 거울 조각, 버짐 먹은 낯짝으로 허물어져 내리는 집의 내력을 기록하고
촬영된 동영상, 흰개미가 갉아먹고 담을 넘었다.
헐은 지붕 위.
몇 남은 기왓장 사이, 붓대 뽑아 올린 강아지풀, 하루하루를 구름 공책에 적는다.
비 또는 눈으로 내린,
어제가 된 날들이 다시 싹을 틔워 파릇한 새날이 된다.
정상 영업합니다.
성업 중인 빗자루귀신, 달걀귀신이
무단 점유한 폐가, 확장 인테리어중이다.
커다랗게 적어놓은 휴대전화 번호가 낮잠을 즐기는,
볕 좋은 정낭 간 슬레이트 지붕 위. 올망졸망 여름을 시퍼렇게 매단 박 넝쿨만
수취인 불명, 반송될 편지를 기다린다.
어쩜, 올지도 모르는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수취와 반송 사이에..아마....기다림이 있을 듯합니다.
막연하지만 막연하지 않은........
늘, 기다림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하는지? 여전히 그런 의문을 .......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좋은 작품 보고 갑니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김시인님, 언제 얼굴 봐야지요
내 정수리로 내려쳐오는 번개를 기다려 봅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수취인 불명// 어데로 갔을까요..~~
빈집의 풍경이 애잔하네요..//
달걀귀신만 성업중이군요..으미 미섭당~~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까마귀 날자 또 까마귀 날아 올랐네요
달고 오시느랴 고생했습니다
정낭에 있었던 달걀 주워가지 마세요
밤새 괴롭힐 겁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성업 중인 빗자루귀신, 달걀귀신이
무단 점유한 폐가, 확장 인테리어중이다...
직업의식의 발로로 눈에 확 들어옵니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위에 까마귀도 반갑고
아래 까마귀도 반갑고
까마귀 둥지에 까마귀들 날아드니
와이리 좋노 까악 까악
활연님의 댓글

뭔가, 실험적인 요소들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장검을 한번 휘둘러보겠다 그런 느낌도 있고
주제를 향한 집중도 느껴집니다.
따스운 겨울나기 하십시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항시 고운 눈으로 보아 주시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날이 많이 풀렸습니다
오후시간 값진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현탁님의 댓글

귀신 잡으러 가야 겠어요 귀신 잡아놓고 나도 정상 영업을 해보게요
언제 귀신 잡으러 만날까요?
설 명절 잘 보내시길요/ 전 까악까악 하면 안되지요 ㅎㅎㅎ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뉘시더라 까악까악
시간되면 연락하소서
선무당이라도 불러놓고 지신 한 번 밟게요 까악까악
양철붕어님의 댓글

시적 묘사가 곱습니다
가만 두면 수취인이 올테지요 한게절 지나고 나면 누군가는 다 가저 가는 것을
붓에 날이 서 있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갑장어른, 건강하리라 믿어요
올해도 얼굴 한번 뵈야 되잖겠는겨
명절 지난 뒤 시간 한번 내어 볼까 합니다
폐 좀 끼쳐볼까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