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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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폐가의 구멍 난 창으로 그림자를 본다
이미 그림자도 행적을 감추고 없다
남아있는 그림자를 갉아먹는 거미들
인기척이 거미줄에 걸려 대롱거린다
모서리가 명당이라는 거미들의 사투
먼지만이 거미줄을 핥고 있다
구멍 난 창으로 바람은 노숙을 하려 살며시 발을 내민다
바람이 거미줄을 흔들면 거미들은 긴장을 한다
거미들의 식욕이 잠시 움찔하다 멈춘다
폐가의 파수꾼이 되어버린 거미들
능구렁이처럼 달려드는 바람의 헛기침소리
거미들 사이를 두고 기생하려는 바람의 텃세
거미집을 찢어버리는 악동
널브러진 소주병 속으로 바람이 갇혀 있다가도
어둠만 찾아오면 휘파람을 부는 바람
폐가로 날아온 날벌레들이 유영하면
거미들이 줄을 팽팽하게 붙들고 있다
미처 창틈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바람
벽을 핥으며 있다가 천장에 매달려있다
달빛이 창을 베고 기어들어 오면
거미들의 심장은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폐가가 풀어놓은 음산한 기운
거미들과 바람은 폐가에 갇혀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댓글목록
박성우님의 댓글

널부러진 게...
농약병이면 넘 잔인한가요??
잘 지내시나요? 날이 찹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예전에 폐가를 들여다 본 적이 있었어요.
거미줄로 가득하고, 빈 소주병이 많더군요.
농약병은 아닌 것 같고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박성우 시인님.
시엘06님의 댓글

사람이 갔지만 거미와 바람이 실랑이하고 있군요.
소주 병을 휘파람을 부니 폐가도 그럭저럭 외롭지 않겠습니다.
폐가를 바라보는 찬찬한 시선이 날카롭습니다.
그 시선이 빈집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고 있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이장희 시인님. ^^
이장희님의 댓글

아버지 고향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폐가가 있더군요.
사람이 몇년 전만 만해고 살았던거 같은데 고향을 떠난 것 같더군요.
유리창 안을 두리번 거렸는데 거미줄만 보이고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아 보였어요.
사람이 사는 것 하고 안사는 집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칭찬을 해주시니 기쁘네요.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시엘06 시인님.
고현로님의 댓글

저는 개인적으로 폐가를 소재로 시를 쓰고 싶지 않습니다.
폐가망신 할까봐 그런가 봅니다.ㅋㅋㅋ
감상 잘 하고 갑니다욤^^
이장희님의 댓글

ㅋㅋ 저도 망설이긴 했지만...
폐가를 가보셨는지요? 오싹한 기분 지금도...
거미줄과 빈 소주병 만 보고 나왔어요.
폐가에서 술이 넘어가나 아무튼...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고현로 시인님.
활연님의 댓글

묘사에 대한 집중력이 돋보이는군요.
시인의 눈은 그런 곳에 닿아야 한다, 그런 원칙은 없지만
구석이나 폐가나 폐허나,
그런 곳에서 입김과 생명력을 불어넣고, 새로움을 환기하겠지요.
우리의 농촌 현실은 다름아니게 그냥 폐가들입니다.
다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와 먹이를 구하고
와글거리며 사니까,
시를 쓰려고 공동묘지에서도 자 보았다던 김경주가 생각나네요.
이장희님의 댓글

묘사에 매력은 느끼지만 저는 소질이 없는지 영 거기에서 거기라니...
폐가에 대한 시를 다시 한 번 더 쓰기로 했어요.
아니 될때까지요.
우리 농촌 지금은 다시 귀농을 한다지요.
폐가에 꽃이피고 마당에 개도 한 마리 있고
좋은 사회로 변모 하는 지는 모르겠네요.
농촌도 잘 살고 도시도 변화가 필요 하겠죠.
저도 시만 쓸 수 있다면 어디든 가려는 마음은 가지고 있어요.
저와 영안실 같이 가보실래요?? ^^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활연님.
誕无님의 댓글

거침없이 쎄리 갈긴 글입니다.
굽이굽이 뜻이 있고, 힘이 있고, 아름답습니다.
시인님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참 기쁩니다.
/거미들과 바람은 폐가에 갇혀 눈을 크게 뜨고 있다./
클라이맥스인 이 행은 제가 이렇게 읽었습니다.
산 자들의 눈초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거침없이 갈긴 글은 아닌데 좀 생각없이 하긴 했네요.
칭찬을 해주시니 신이납니다.
공부는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없어요.
진짜 열심히 시를 연구하고 공부하겠습니다.
시를 쓰면서 항상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에서 망설여 집니다.
저만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추운데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탄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