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그 궤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세월, 그 궤적 / 테우리
그그제 낮쯤이었을거야
젊은 시침과 분침이 포옹을 하며 땀범벅이던
그 날이
그제 저녁엔 바람에 치인 낙엽들이 거리를 허우적거리며 기어다녔지
(굳이 기억을 거스르면 시침과 분침도 바닥에 누워 흐느적거릴 때쯤)
어제 밤엔 추위에 놀란 눈발들이 꽁꽁 얼어붙어 꼼짝 못했었지
(아마 그땐 시침과 분침도 바싹 달라붙어 벌벌 떨고 있었을 걸)
오늘 새벽엔 느닷없는 빗발의 추적에 당황했었지
(언뜻 비쳤지만 시침과 분침도 비에 젖어 축 늘어졌더군)
지금 이 순간이 이사철 신구간*이라 이럴까
이곳 神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는데
따라 계절의 행방도 묘연하군
단지, 조왕할망만 남아 불씨 밑천
주방을 기웃거리지만
내일쯤엔 새봄을 모시고 오시려나?
아지랑이 춤사위로
새날 새 단장으로 촐싹거리는 초침에다
새침한 시침과 분칠한 분침을 거느리고
--------------------------------------------------------------------
* 제주도 세시풍속의 하나다.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로 보통 일주일이 된다.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 등 여러 가지 금지된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른바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교대하는 과도기간으로 지상의 모든 신격(神格)이 천상에 올라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내려오기까지 공백기간이다. 따라 이 기간에는 지상에 신령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기에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 등 평소에 금기되었던 일들을 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한다.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제주의 풍습이, 이름이, 역사가, 언어의 다양이, 모두 시의 오브제이니
김시인님은 시고가 차고 넘치는 복을 지니셨습니다.
게다가 부지런한 詩足도 가지고 계시니 감사할 일이지요.
김태운.님의 댓글

너무 단조로와서 사족을 붙엿다 떼엇다하는 중에 납시었습니다
닷새 동안에 사계를 버무리다가 시계까지 끼워넣었지요
조금 어지럽지만 늘 하는 장난짓거리처럼
애매한 신을 주방으로 불러 주물럭거리며...
아무튼, 격려 감사합니다
무장무애님의 댓글

몇 개의 계절이 분분하군요
맹추위에 죽은 이(?)는 얼매나 억울할까요
지금은 봄 날씨 같은데...
잘 보고 갑니다 윗집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닷새만에 시침 분침으로 흘려버리는 사계절입니다
엉뚱한 생각으로
곧 봄이오겠지요
감사합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

"세월 참" 인양하지 않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태운.님의 댓글

그 세월은 왜 또 들먹거리남요
그러고보니 또 새해가 남은 세월이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