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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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살默殺 / 테우리
물컹한 홍시처럼 하룻날 뚝 떨어지면서 금세 뭉개져버린 어느 하찮은 생시의 시각始覺이다
그 이전을 무명無明이라 불러도 좋을까
자궁 속 생각을 게워 무심코 흘려버린 세월을 되새김 중이다
한참을 웅크리던 어느 사랑의 굴레를 박차고 탈출하던 그
기억, 눈꺼풀이 번쩍 뜨이던 순간, 바로 그 시각時刻을
현재의 시각視覺으로 설정하며
불현듯. 환한 세상이 맞닥뜨리던 날
그 연월일시로 네 개의 기둥이 세워지고 팔각의 지붕이 씌워졌다
문득 눈을 뜨며 처음 깨우쳤을 그날의 그 시작을 기억하는 이
그 운명을 각별한 무당의 신기로 얽메이는 자 이외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여, 그날의 그 시작을 무시無時라 정하고 싶단다
사방팔방 기억에도 없는 어느 무시無始의 시간
결코 깨우치지 못한 시작을 따라 무심코 흘려버린 어설픈 삶의 여정이다
이왕지사,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당해버릴 어정쩡한 중생이다
어이없는 삶이 사막의 어중간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밥도 죽도 되지 않을 말로 속을 끓이고 있다
스스로의 침묵을 먹이로 할퀴며
싱겁고 물렁한 청묵을 씹듯 헤아릴 수 없는 그 찰나刹那
의, 그 캐캐묵은 묵상을 물어뜯고 있다
시작이 곧 끝일 것이라
묵살하며
시시때때로
무시로
댓글목록
양철붕어님의 댓글

시 속에 시퍼런 칼날이 들어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시인님
낙을 빠꾸고 들어와 존재를 밝히기 싫어 정겨운 시인님 문향에 흔적 남기지 않았는데
몇 시인님들께서 눈치를 채시는 것 같아
내장을 꺼내 놓았습니다
가끔 들어와 정겨웁던 시인님들의 시를 읽고 했는데
워낙 시가 싫어서 졸작 시 천몇백 조각들을 부석에 넣고 싶었습니다
병처럼 도지는 심사로 또다시 글을 쪼작거리고 있습니다
인사드리고 갑니다. 김인수
김태운.님의 댓글

바쁘시겠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시며 인삿말 놓으시느라, ㅎㅎ
저도 무지 반갑습니다, 시인님!
이 글은 에전엣것이라 사실 무딘 글입니다
살짝 다시 갈기는 했지만
너무 추상적이다 싶네요
버리기도 그렇고...
아무튼 격려의 말씀
고맙게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