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근길 > 창작시

지하철 출근길

굳게 다문 입, 세상은 침묵으로 시작한다 아침은 그러하였다  역으로 달려가 시간을 제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유치와 영구치가 그러했듯 일면식 없는 그대와의 바톤터치다 노선처럼 구부러진 1호선 맞은편 그녀의 파마머리가 뒤섞인다 풀떼기처럼 새벽의 이슬을 이고 있다 사실 시간을 제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출은 가능한 것 같다 모두 긍정의 힘을 빌리는 길에 시간가게에 들러 연속된 시간 중 일부를 빌려 수면시간의 끝자락에 의식의 형태로 쑤셔넣었다 밀려난 끝자락은 지하철에서 흩날리고 하품할 새 없이 모두가 잠든다 마취된 사이 의식을 주입하는 마음가짐의, 일종의 성형수술이다 간호사가 아닌 역을 알리는 음성과 함께 눈을 뜨고 지하철 문과 함께 졸음으로 찢어지는 입을 막아대며 뛰어간다 그새 들어온 산소는 머리를 조금 맑아지게 만들었다 오늘 이 청량함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