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假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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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고층빌딩의 꼭대기를 올려다본다
꼭대기는 가증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구름도 만지작거릴 것 같은 꼭대기
이놈을 나무라 생각하고 베어내기로 했다
단 한 번으로 베어낼 생각이었다
날이 잘 선 칼이 필요했다
콘크리트와 쇠를 베어낼 칼날이 필요했다
생각은 이놈을 두 동강 낼 기분으로 들떠있다
사선으로 단 한 번에 베지 못하면 안 된다
칼자국 없이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놈을 베어 내장을 들어 낼 생각은 없다
핏 방울을 뚝뚝 떨어지는 광경을 지켜 볼 것도 더욱 아니다
원한 관계로 이놈의 몸을 베려는 것도 아니다
이놈이 죄가 있다면 잘 빠진 몸매라고나 할까
우뚝 서서 간사하게 노려보는 게 보기 싫을 뿐
생각은 이놈이 달아 날 틈도 없이 베어버릴 낌새다
번쩍거리는 이놈의 매무새
하늘이 품어내는 향기를 맡으며 서있는 자태
더 이상 이놈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의 흥분
온몸이 근질근질한 생각의 몸부림
긴장하나 없이 생각은 칼날을 세워 이놈을 베어버렸다
두 동강 난 빌딩이 쓰러진다
생각은 흐뭇한 표정으로 빌딩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본다
생각을 무너트리고 우뚝 서 있는 빌딩 위로 새가 날아오른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같은 값이면 나쁜 놈 물러가고
좋은 놈만 내 머릿속으로
그러면 웃음으로 답하련다
늘 좋은 시에 감사
건 필 하소서
이장희님의 댓글의 댓글

생각하다 또 생각하다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해야 시가 나오니
좀 더 좋은 시 언제 쯤 나오려나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노정혜 시인님.
문정완님의 댓글

요즘 시가 물이 탱탱하게 오른다는 생각.
쭉 달리세요^^
이장희님의 댓글의 댓글

아무렴 시인님 보다... 과찬 입니다.
쩝~ 하~ 노력은 하는데 뭔가 부족한 이느낌 시인님도 아시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좀 더 노력하고 공부하겠습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문정완 시인님.
잡초인님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좋은글에서 머물다보니
마음이 편해 집니다.
저도 칼집에서 칼을뽑아 봅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단칼에 베고 싶습니다.
생각이 아닌 현실로...
일주일 멋지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마음이 편안 하신다고 하시니 제가 기쁨니다.
칼로 베고 싶은 건물 좀 더 있습니다.^^
그래도 현실로는...쩝~
아무튼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시인님.
늘 건필하소서, 잡초인 시인님.
강태승님의 댓글

마지막 연이 절창입니다-ㅎ-
이파리가 파릇파릇 합니다-ㅎ-
이장희님의 댓글의 댓글

와~반갑습니다.
시인님 댓글을 받은 거 음~.......
아무튼 넘 기쁨니다. 칭찬도 해주시고
귀한 시인님에게 댓글도 받고 기분 최고입니다.^^
잘 지내셨죠!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강태승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오랜만에 뵙습니다
ㅎㅎ, 911 같습니다 /빌딩을 다 베어낼 생각이시니
따라 콘크리트 생각이 싫어지는
선한 인상과는 퍽 다른 시향
잘감했습니다
* 생각은 이놈이 다라(달아) 날 틈도 없이 베어버릴 낌새다
이장희님의 댓글

저도 오랜만 입니다.
오늘은 귀한 시인님들 뿐이네요.
잘 지내셨죠!
그런 의도는 아니지만 생각하니 911테러 같기도 해요.^^
선한 인상은 편견 ㅎㅎ
동그라미 생각에서 다각형 생각으로 바꾸는 중입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김태운 시인님.
고현로님의 댓글

날붙이를 좋아하는 시인님이시군요...
칼의 고요 /이장희
날카로움을 온종일 쥐고 사는 사내
손에서 빗금 치는 냄새가 난다
수족관 속에서 아직 바다를 기억하는 생선들
지느러미는 바다를 지우고 꼬리만 흔든다
바다의 기억을 지울 생선을 찾는 사내
도마 위에서 몸에 빗금 질을 당할 생선 한 마리
도마엔 칼의 발자국은 없다
칼의 발자국 소리를 삼키며 내는 생선의 비명뿐이다
금방이라도 잡아 삼킬 듯 칼은 눈을 치켜뜨고
칼날은 예각을 기억하며 생선 몸을 스쳐간다
사내 손에서 새의 날갯짓처럼 파닥거리는 생선
생선의 몸은 부드러운 빗금 질을 받아들인다
빗금을 치면서 흥분하며 내는 칼날의 휘파람 소리
공기만이 들을 수 있는 숨을 헐떡거리는 칼날
언제나 칼날은 묵언수행을 한다
칼은 빗물을 자르는 몸부림만 낼 뿐
싱싱한 생선일수록 칼의 거침없는 숨소리
햇살처럼 빛나는 칼의 앞날은 광분된 몸부림을 친다
신문지 넘기듯 생선의 살점을 떼어내는 사내
칼날이 도마 위에 살사 춤을 추는 활기찬 시간
사내는 칼로 공기의 비명 같은 소리를 유지하면
생선의 그림자가 벗겨지는 아득한 시간.
///칼은 결국 숫돌에 갈리니 숫돌이 더 세지 않을까요
차기작은 숫돌이 어떠하오신지요. 으하하하하~~~
거필하소서!!!
이장희님의 댓글

칼에 베인적이 있다보니 한이 되었나 봅니다.^^
칼의 대한 시 어디에서 찾으셨나요.
칼의 고요는 저를 등단으로 이어준 시 이기도 합니다.
지극 정성 입니다. 감사드려요.
숫돌을 잘 다루는 사람이 있긴 하다만...
칼의 대한 시 좀 더 밀도있게 다루고 싶어요.
시인님도 칼 좀 뽑아보세요^^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추운날씨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고현로 시인님.
시후裵月先님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시가 힘이 넘칩니다
911 테러를 연상케하는 가상의 시나리오
빌딩이 단숨에 쓰러집니다
빌딩은 다른 해석으로 강압으로 읽힙니다
잘 감상합니다~^^건필!!
이장희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시인님
어찌 초점이 911테러로
그럴만도 한 것 같아요.
좀 흐뭇하네요.^^
쭉쭉뻗은 빙딩을 보고 호기심이 나서 걍~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침 눈이 내리네요. 좋은하루 되세요.
늘 건필하소서, 배월선 시인님.
이종원님의 댓글

빌딩과 생각, 그 병치가 참으로 깊습니다
끝까지 잘 끌고간 힘이 검처럼 예리합니다
내리쳐 자르지 아니하고 검무로 완성하신 작품 잘 감상했습니다. 이장희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여의도에 간적이 있는데 빌딩들이 모여있더군요.
쭉쭉뻗은 빙딩들을 보고 단칼에 베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무슨 이유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넘 높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인천에 가면 또 베고 싶은 빙딩이 있긴한데...^^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추위도 주춤하네요, 그래도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이종원 시인님.
고현로님의 댓글

생각은 이놈이 달아날 틈도 없이
이장희님의 댓글

맞춤법 확인을 안했어요.
감사합니다. 자상도 하셔라^^
늘 건필하소서, 고현로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