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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초의 전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79회 작성일 16-01-26 16:04

본문

백년초 전설 / 테우리

 

 

 

1.

 

넙적한 것이 더구나 뭉툭한 것이

물컹하게 가시를 품었다

 

노을 얼룩질 무렵, 그 빛으로 귓방망이 한 대 늘씬 얻어터진 것처럼 마구 불거지는 그리움이 울컥 손바닥으로 솟구친 것들이다

 

청룡의 비늘처럼 소름으로 돋친

신선의 귀다 

 

      

2.

 

하늘과 땅이 마르고 닳도록 끈질긴 삶

긴 하루에 핀 짧은 백년의 전설이다

 

그 인내로 혓바닥에 가시가 돋자 말(言)을 잃고 방목한 말(馬)처럼 여기저기 날뛰었다

초생의 몰골로 점이나 치는 신선들의 손바닥 노릇을 하며

 

뭉툭하고 넙적한 초록 줄기는 아마도 낙타의 혀가 줄줄이 떨어뜨린 침의 후생이다 촘촘이 박힌 가시는 막무가내 이파리라는 조물주의 우김에 저 스스로 오싹 소름이 돋고 흠칫 놀라 껌뻑이는 눈썹처럼 부쩍 까탈스러워졌다

데인 혓바닥과 지진 손바닥으로 땅바닥을 핥고 비비던 여기를 흡사 가시밭길이리라 여기며 어쩌면 사막의 어중간이라 의심하는 순간, 불현듯 그 바닥으로 푸른 태평양이 비치고 노을도 따라 울컥할 즈음이면

그 노릇노릇한 향수가 맹목적으로 화끈거린다

 

노란 눈치로 거드름을 피우며 붉은 열정으로 눈알 부라리다

한 백년 짙푸른 청룡으로 승천하고 싶은 열사의 질긴 초상

 

천년 묵은 이무기가 저럴까

신선의 눈매를 지닌

 

 

3.

 

애당초 꽃은 샛노랗고 열매는 검붉었다

아무렴 가느다란 줄기와 너른 잎의 포부를 지닌 야생의 삶

 

하늘과 땅이 어쩌다 물빛마저 감춰버렸을까

바다의 바닥을 드러내고도 목이 마른 모래 동네 낙타들을 부추겨 몽땅 핥아버렸을까

행여 가느다란 물빛이라도 샐까 손바닥처럼 줄기를 펼쳤다

혹은 너른 이파리가 메마를까 가시처럼 바짝 옥조였다

 

하루를 견딜까 잔뜩 웅크리던 초생이

백년을 하루같이 꿀컥 삼킨다

 

푸르게 푸르게

 

결코 마르지 않는

신선의 입술처럼

 

 

4.

 

그토록 푸르고 싶어 지독하게 거칠어진 생리 

사실상 겉치레만 그럴싸할 뿐

속내는 물컹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불길에 데인 척박한 초주검은 차츰 문드러지고 메말라갔다

날이면 날마다 그 고통을 해넘이로 꿀꺽 삼키는 서쪽 바다를 동경했다

저물어가던 어느날 타다 남은 분신 태평양의 가슴팍으로 내맡겼다

몸뚱아리에 돋친 가시는 먹이사슬의 공포로 자신을 감싸주었다

끈질긴 투지로 간신히 이역만리 해역을 넘봤다


신선의 콧대를 빌려

 

마침내, 백수白壽를 노린 마지노선에 당도했으니

탐라국 월령리가 그 전설의 고장이다

백년초로 자존의 뿌리를 내린

이 땅의 명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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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창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도에는 전설이 참 많네요
그 전설이 영원히 살아 전해지습니다
아름다운 글 잘 읽고 깁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십시요 태운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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