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것에 대하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미끄러지는 것에 대하여 / 테우리
미역국의 징크스랄까
마냥 꾸물거리며 새카맣게 말라비뚤어지던 생각
새삼 물어뜯고 있다
어느 날 타고난 본색이라도 찾으려는 속셈인지 퀴퀴한 구강의 상류를 찾았다
허구한 날 허기에 쫒기다보니 미적 미적거릴 틈도 없었다
어설픈 여울목에서 끈적거릴 새도 없었다
하구를 향해 쭈욱 미끄러지던 것
하물며 뜨겁게 달아올라 펄펄 끓던 것이 혓바닥을 핥는 순간
목젖을 애무할 겨를도 없이 몸속을 파고들 때쯤이다
그 ‘앗 뜨거!’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오늘은 스스로 미역국이 되어 혓바닥 대신 발바닥을 핥으며 하얀 강둑으로 미끄러진다
허접한 발목이 보드라운 보라의 발과 논스톱으로 진하게 포옹하는가싶더니
이내 쿵! 내팽겨친다
눈발에 바람 맞은 이 재수 없는 날의 추억은
누구에게도 있는 법
잘 찧은 엉덩방아는 뼈가 되고 살이 되고
이외에도 수없이 미끄러지던 문장은
내가 오늘날까지 살아온
육법전서다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징크스는 누구라도 있는 법, 그러나 징크스를 탈출하는 거도 분명 있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미역과 미끄러짐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다가 각도를 조금 바꾸니 금방 바닷가로 달려가 미역을 밟고
또 시 한편을 밟습니다. 일어선 것이겠지요..
생활이 詩이신 김태운 시인님의 넉넉함 배우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이종원시인님의 말씀마따나 미끄러지고 다시 일어서고
그 반복이 인생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평생 안 미끄러진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추김을 격려의 말씀으로 새기며
감사드립니다
활연님의 댓글

자주 결구를 적당히 흐리는 어법을 보았는데
단단히 동여매니까 더 좋게 느껴집니다.
시가 비유나 상징을 존중하지만 결국 언술이 사람에게 닿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목은 목구멍에 넘기기 어렵지만,
물은 목넘김이 수월하겠지요.
사람도 소들처럼 과거를 되새김질하고 또 기억하는 곳에서 위안을 찾고
또 번뇌와 회억도 따르고, 만시지탄은 그렇지만
늘 돌이켜보며 산다는 생각도 듭니다.
늘 눈 덮인 한라산 같이 우뚝하십시오.
김태운.님의 댓글

말씀 듣고보니 한라산이 눈 덮인 것만큼 더 우뚝하기는 하나
그 매무새를 보여주기가 싫은 낌새입니다
어쩌다 가끔 그 모습을 드러낼 땐
장관을 이룹니다만...
돌이켜보면 늘 미끄러지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적이 드물다 싶군요
노력이 부족한 탓
소질이 부족한 탓
그렇듯 탓탓만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창랑님의 댓글

징크스! 달리 재수없는 일,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경향이 더 많은데,
참기름 발랏능교 등달아 글이 매끄럽게 잘 읽힙니더
저도 태운 시인님처럼 글 짓고 싶은데 엿재이 맘대로
안되네요 에구,,, 길조심(빙판길) 하시이소...
김태운.님의 댓글

마끄러지던 생각이라 미끌미끌거렸지요
달리 참기름 발랐더라면 딱히 일어설 기회도 없었겠지요, ㅎㅎ
격려의 말씀으로 삭혀 듣습니다
감사합니다, 창랑님!
은영숙님의 댓글

김태운님
미역 탓 하지마시고 행복으로 생각 하이소 아우님! 그 잘난 인물에
계속 올라갈 욕심만 가지면 낭떨어지에서 굴르면 그땐 겉 잡을 수
없는 상쳐로 치유가 안되거든요?!ㅎㅎ
그 많은 다작 시를 쓰기 힘들고 또 자알 쓰고 독자들마다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구요......우리같이 졸글을 쓰는 사람은 짹도 안 되지만
과욕은 화를 부르니까요 아우님! 파이팅요!!
자알 감상 했습니다 결례가 됬다면 용서를요 아우 시인님!!
오늘도 좋은 시간 되시옵소서! ~~^^
김태운.님의 댓글

말씀대로 탓탓하지 말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할까요? ㅎㅎ
사실 그러고 싶네요
덜된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이 탓 저 탓하고 있지요
언젠간 된서리 맞을 짓이지요
반성을 하며 써본 글이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