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룩거리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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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룩거리는 산/광나루
절룩거리는 다리를 하고 산이 저 만큼 다가온다
날마다 내 가슴 이 폐 깊숙이
자신의 숨결을 던지며
내 발가락을 쓰다듬고
내 손을 잡아 악수하고
한 없이 갈라진 길 위로 달리고 또 달려
쓰레기 한 움큼 쥐고
내 눈 위에 앉아 빛을 향해 소리치던
천한 내 찌꺼기 끌어내며
뱉을 건 뱉어야 한다더니
자신의 다리하나
어디다 뱉어버리고 절룩거리며 오는가
쿵쿵거리며 찍어대는 기계음 따라
시뻘건 피를 토하며 산의 육신 찢겨나가고
하얀 뿌리 드러나고 잘려져
몸뚱이 난도질당하는
아우성치는 나무들의 절규가 온 산을 헤집는다
사람의 집은
잘린 산의 다리 위에 그렇게 지어지고
그 집에서 숨을 쉬며
아무렇지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간의 늪에 빠지지만
산은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가 잃었던 다리는
북극으로 날아
가슴에 칼을 단 차가움으로
설움과 분노로
끝내는 낙조 되어
그림자 없는 나의 영혼을 만들 수밖에
내리는 빗방울
산의 다리 어루만지며
핏물 되어 흐른다.
댓글목록
달의지구님의 댓글

앞집에 인사 안드렸네요. 산이 평지가 되는 요즘 세상입니다.
개,발이라는 무식한 탱크 아래서 우리는 납작해질 수 밖에 없으니
바닥은 바닥인 모양입니다.
개 같은 가을이, 라는 최승자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우리의 산은 우리들 아버지 무덤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