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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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커가는 모습이 남다르다
나무도 아닌 것이 넝쿨로 벽을 덮는다
죽은 것들을 산 생명으로 살려내고자
메마른 수직의 벽면에 디딤돌도 없이
이름도 없이 줄기로 메달린 생명으로
길을 간다
숨 쉬며 산 것만으로도 기쁨에 젖는데
모든 것들이 하늘을 보고 날개를 펴는데
옆으로 앞으로 뒤로 서로 감싸고 살라고
그랬을까?
잎은 손바닥처럼 넓은 큰 손을 받았고
발은 보이지 않지만 단단히 묶을 수 있는
발 끈에 응집의 접착제를 가졌다
뿌리는 멀리 있어도 이슬 받아 목축이고
뻗어가는 삶의 마디마다 매듭을 짓고
맨바닥 그물을 짜고 얽히고 엉겨 붙어서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니
벽을 붙들고 풍파를 이겨 낸단다
발걸음 늦더라도
참다운 제 모습에 가치를 품는 담쟁이
너의 넝쿨에 생명이 있음을 보고
늘 웃는다.
20160123 융성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담쟁이 내 고향
시골집 담을 장식하는 담쟁이 ,
모두가 떠난 자리 공허만 남았네
담쟁이는 오행에 乙이라 누구와 잘 어룰리면 화합을 이루는 존재
필요하지 않는것은 태어남이 없을것 ,
늘 주신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풀잎들님의 댓글

너무 고마운 말씀입니다.
끈질긴 삶의 모습을 배우고 싶고
서로 응겨 붙어서 사는 모습이 떠올라서
향수에 젖는 마음으로 적어본 글입니다.
전에는 시골 흙담을 타고 올랐지요.
지금은 학교 같은 큰 건물 구석진 곳에서
벽을 타고 있더군요.
모든 사물은 사람 살아가는 것을 예견해 주기도 하고
또 사람을 닮고 싶어서 표출하는 모양도 많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