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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786회 작성일 16-01-21 12:09

본문

숨비소리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칠성시장을 지날 때 아내가
잠깐 차를 세워보라 한다
뭐 더 살 게 있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잠깐만 그러더니 바쁜 걸음으로 급히 내린다
시동도 꺼지 않은 채 노점에 바짝 붙어서서
여기저기 오가며 뭔가를 사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쁜 걸음에 뭘 두고 온 게 있구나 싶어
바보바보 혼자 중얼거리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까만 봉지 몇 개를 들고서 아내가 다시 차에 오른다
"어머니 멍게를 즐기시더라"
순간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며 차안으로 밀려왔다
짭쪼름한 멍게 내음이 같이 밀려왔다 

나는 오물거리며 멍게를 드시는 어머니를 생각하였다 
아내는 방금 물질을 끝내고
숨이 가쁜 얼굴로 호이호이 숨비소리를 낸다
기력이 없어 고기를 몇 점 드시지 못하는 어머니를
아내가 호이호이 가쁜 숨소리로 읽어낸다
금방 물질을 끝내고 뭍으로 올라와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아내가
푸른 동해처럼 맑고 깊다

추천0

댓글목록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 저야 뭐.. 주면 주는대로 먹고 노는~~ 한량~~
조금 더 손 봐야 되는 글입니다.
게을러서 그게 언제가 될 지......

시그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그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칠성시장 어물전 수족관
사모님의 멍게잡이 숨비소리
참 따뜻합니다

대구 칠성시장.....?
저는 경산입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륙에서 듣는 숨비소리로군요.
칠성시장 하면 떠오르는 시


 

여게가 도솔천인가

    문성해 



​칠성시장 한켠
죽은 개들의 나라로 들어선다
누렁개, 흰 개 할 것 없이 검게 그슬린 채
순대처럼 중첩되어 누워 있는 곳

​다 부질없어라.
살아서 쏘다녔던 거리와
이빨을 드러내던 증오
쓰레기통 뒤지던 욕망들이
결국은 이 몇 근의 살을 위해 바쳐진 것이라니

​뒹구는 눈알들은 바라본다
뿔뿔이 흩어져 잘려 나가는 팔다리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날렵하게 춤추는 저 검은 칼을

이제는 검은 길을 헤매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발길에 차여 절뚝거리는 일도
마음에도 없이 꼬리 흔드는 일은 더더욱…

​좌판들 위에서
꾸덕꾸덕해진 입술들이 웃는다
이제는 물고 뜯는 일 없이 한통속이 된
검은 개들의 나라에서

​살아서 오히려 근심 많은 내가
거추장스런 팔다리 휘적이며 걸어간다


`

고현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저는 안해가 항상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현모양처는 낯설군요. 킥~
아웅~ 읽는 내내 오글거리는(좋은,긍정적으로) 저는 변태가 맞나 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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