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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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이포
처음 만난 당신이 처음처럼을 권하면
우린 이미 오랜 친구입니다.
당신이 처음 손을 내밀 때부터
따르는 첫 잔을 웃음으로 술술 마실 때부터
우린 처음처럼을 강조할 만큼 이미
깊은 사이입니다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저들도
먼 끝자리에서 술로 떡을 치는 저들도
깊은 밤 정류장에 버스가 끊어져
돌아갈 집이 먼 나라가 되어도
주인장도 졸고 있는 포장마차에서
새벽 마차가 되도록
처음처럼을 강조하면서
식구들에게 깨져 코피가 나고
사나운 맹수처럼 가슴을 파헤치며
간이고 쓸개고 다 파먹는
상사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에서도 떠올릴 수 있는
취기로 인사불성이 된 우린
노숙의 누추한 냄새가 몸 곳곳에서 배어나도
주머니 속엔 아이 줄 사탕이 들어있고
집사람 줄 머리핀이 들어있는 소시민
아무리 마셔도 또 처음 같은
부모님이 떠나고
아이들도 다 제 짝 만나 가도록
애면글면 살면서
처음처럼 또 한 잔 나눌 수 있는
그대여! 곤드레만드레
처음처럼 말입니다
댓글목록
誕无님의 댓글

은근히 좋은데요.
마지막 연 갈무리 잘하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탄무님 감사합니다.
우리 언제 한잔 했었나요.
언제 한잔 하시죠. 오랜 친구가 되기 위해서요.
추운 날 고풀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