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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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떨어지면 벼랑이다
동피랑 벽화마을 한 켠
납작 엎드린 담쟁이
풀 한 포기 살아 남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이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벽을 오른다
한 해 끝자락, 칼바람 불면
움켜쥔 손끝에 핏물 맺힌다
지난 해 움켜잡았던 흔적이 아프다
벽에 그려진 퇴색된 나무들
태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든든한 배경도
기댈 언덕도 없지만
내년에도 지워지지 않는 벽화쪽으로
자꾸만 시들어가는 몸을 기댄다
칼바람 맞으면 져야하는 몇 잎의 담쟁이
동백 꽃바람 한 점 스쳐도 사색이다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벼랑의 뜻 맞습니다. 그러니까 동쪽에 있는 벼랑을 가리켜 동피랑이라 하죠.
제가 소년이었을 무렵 담쟁이가 매우 많았습니다. 며느리밥풀이랑 고양이풀 같은 것도 많았고요.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어 벽화가 그려지고 커피집이 들어서고 하여 상업화된 느낌이 짙어요.
아파트 4층 높이 정도였는데 실제로 제가 손을 헛짚어 떨어진 적이 있었죠.
절벽에 뿌리를 박고 자라던 키 큰 나무가 없었더라면 아마 오늘 이렇게 댓글 못 달고 있을지도,
지금 생각해도 아찔....ㅎㅎ
아무튼 은린님의 손길에 동피랑 벽화마을도 등장하고 희망과 용기를 상징하는 담쟁이도 호강을 합니다.
사색의 양과 질이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서정 잘 감상하였습니다.
이제 아침 먹고 잠시 앉았는데 좋은 후식을 한 셈입니다.
고마움의 댓가로 은린님께 남녘에 싱싱한 햇살 만톤 장풍으로 보냅니다.
소금끼가 조금 있겠지만 몸에 뽀오약입니다. 만끽하십시오.
은린님의 댓글

장풍으로 보낸 햇살로 영하의 날씨가 봄햇살 같습니다
지금쯤 동백이 한창인가요 통영은 몇 번이나 갔지만 다시 가고픈 곳이지요
벽화처럼 납작 엎드린 담쟁이가 누구 같아서 표현했는데
한 해 끝자락이 되면 칼바람 맞는 담쟁이 (비정규직)
너무 감추었나요^^
방학이라 통영 여행 궁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