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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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산 기슭
무량수전 무량 허물 한 봇짐 내려놓으면
한 바랑 인연 한 말 가웃 슬픔
처절이라면 한 됫박 처량
방고래 쩔쩔 끓어
베갯모 구겨 딛고 널빤지에 앉았다가
속이 된통 마려워
저물손 똥간에 눈 물컹한 내아(內我)가
새벽녘 철퍼덕─ 똥벼락 우렛소리
똥이 호곡하는 소리
소나무는 초록 칼날 저며 던지고
흰 기슭은 번져 세숫대야에 별똥이나 주워담고
가없는 흰 고립
흰 파랑 한세상 이만저만 잃고
더불어 가여웠던 인연들아
등 푸른 설국을 헤엄치는 눈의 밀정들아
숯검정 입술 다물자
허공이 푸는 똥 푸지게 뒤집어쓰고
요사채 부뚜막에 앉아 흰 달 밟고 가는
천둥새 발목이나 굽겠네
목숨 비탈진 진여 휜 뜨락
흰 벼랑 흘러가는 허연 삵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부드러운 가시
차창룡
미리 이별을 노래했지만
목이 쉬었을 뿐
그대와 왔던 길은 꿈이었고
우리 가는 길에는 꿈이 없네
건더기만 둥둥 떠 있는 하늘의 국물에
나는 눈물 한 방울 떨구어
하늘을 바다로 만든다
어디로 갈 줄 모르는 한 척의 배 위에
그대가 선물한 선인장 귀면각군생
제 몸을 뚫고 나온 여린 가시가
단단해지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당신도 단단해질 거야
부드러운 솜털을 쓰다듬어도
내 손바닥에선 피가 난다
계간『시인세계』2008년 겨울호
활연님의 댓글

장마
김사인
공작산 수타사로
물 미나리 보러갈까
패랭이꽃 보러갈까
구죽죽 비는 오시는 날
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
젖은 발 말리러 갈까
들창 너머 먼 산이나 종일 보러갈까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오시는 날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다가
늙은 부처님께 절도 두어 자리 해 바치고
심심하면
그래도 심심하면
없는 작은 며느리라도 불러 민화투나 칠까
수타사 공양주 한테, 네기럴
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 먹으러 갈까
긴긴 장마
`
달의지구님의 댓글

무량수전 무량 허물 한 봇짐 내려놓으면
한 바랑 인연 한 말 가웃 슬픔/
가고 싶은 곳이네요.
강태승님의 댓글

햐- 상당법어 듣고 갑니다-
시마을이 무슨 복이 많아
활연님 같은 시인 주석하는감-ㅎㅎ-
활연님의 댓글

글을 좀 고쳤네요, 생각을 고칠 순 없을까 하며.
두 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