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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964회 작성일 16-01-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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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사



공작산 기슭

무량수전 무량 허물 한 봇짐 내려놓으면
한 바랑 인연 한 말 가웃 슬픔
 

처절이라면 한 됫박 처량

방고래 쩔쩔 끓어
베갯모 구겨 딛고 널빤지에 앉았다가
속이 된통 마려워

저물손 똥간에 눈 물컹한 내아(內我)가
새벽녘 철퍼덕─ 똥벼락 우렛소리
똥이 호곡하는 소리

소나무는 초록 칼날 저며 던지고
흰 기슭은 번져 세숫대야에 별똥이나 주워담고

가없는 흰 고립

흰 파랑 한세상 이만저만 잃고
더불어 가여웠던 인연들아
등 푸른 설국을 헤엄치는 눈의 밀정들아
숯검정 입술 다물자

허공이 푸는 똥 푸지게 뒤집어쓰고
요사채 부뚜막에 앉아 흰 달 밟고 가는

천둥새 발목이나 굽겠네

목숨 비탈진 진여 휜 뜨락
흰 벼랑 흘러가는 허연 삵






추천0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드러운 가시

  차창룡



미리 이별을 노래했지만
목이 쉬었을 뿐

그대와 왔던 길은 꿈이었고
우리 가는 길에는 꿈이 없네

건더기만 둥둥 떠 있는 하늘의 국물에
나는 눈물 한 방울 떨구어
하늘을 바다로 만든다

어디로 갈 줄 모르는 한 척의 배 위에
그대가 선물한 선인장 귀면각군생

제 몸을 뚫고 나온 여린 가시가
단단해지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당신도 단단해질 거야

부드러운 솜털을 쓰다듬어도
내 손바닥에선 피가 난다




          계간『시인세계』2008년 겨울호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마
 
    김사인

       

      공작산 수타사로
      물 미나리 보러갈까
      패랭이꽃 보러갈까
      구죽죽 비는 오시는 날
      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
      젖은 발 말리러 갈까
      들창 너머 먼 산이나 종일 보러갈까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오시는 날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다가
      늙은 부처님께 절도 두어 자리 해 바치고
      심심하면
      그래도 심심하면
      없는 작은 며느리라도 불러 민화투나 칠까
      수타사 공양주 한테, 네기럴
      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 먹으러 갈까
      긴긴 장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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