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빈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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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빈틈 사이
처막 밑 달빛은 무심히 하얗게 쌓여만 가고
엷은 가슴에 이 밤도 아스라이 깊고도 깊다
애처로이 찾아드는 좁은 방안에 달빛 프리즘
혈액 속에서 녹아 흐르는 희미한 삶의 잔상
새벽은 고요에서 느끼는 세월의 울음이다
바늘 구멍보다 좁은 삶의 기회는
가깝고도 먼 빈틈없는 마음의 줄이
팽팽하다가도 잠시 느슨 해지는 겨울 맛 같다
수백년 묵은 노송에 삶의 지혜를
읽어 내려 가노라면 그 속내도 상처에서 배웠다
밤 새도록 한치 빈틈도 주지 않고
어둠을 지키는 가로등불 아래
비애와 외로움이 맺쳐 그림자 얼어 붙었다
고요한 바닥에서 침묵이 장막을 드리우면
알 수 없는 모래성 가슴으로 쌓다가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나면
머릿카락 희도록 걷고 밤의 끝자락에서
또 얼마나 시행 착오로 비틀거려야 하나
머리는 어느새 여명의 어둠이 물들어 있는데
위태로움 속에서 희미한 마음에 불빛을 본다
빛도 소리도 깨어나는 숲을 지나고 나면
새벽 하늘엔 은빛 물결로 반짝이고
하얗게 미명이 가슴에 녹아 내린다
잠시라도 기댈 수 있는 작은 여백의
공간이 있다면 세월의 빈틈 사이에
고요의 바닥으로 스며들어 단잠 한번 들고 싶다.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활공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고운 시를 잘 감상 하고 갑니다
시인님도 제가 느끼기엔 완벽 주의 같애요
저도 비슷한 생각 속에서의 일상인데 일복만 타고
고달프기만 하더이다
가끔 내려 놓고 쉬엄 쉬엄 하세요......
공감 속에 머물다 가옵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