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의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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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의 허울 / 테우리
지난한 세월의 허울을 붙들고 있다
평생 험한 짓거리가 수컷의 의무이고 권리인 줄 알았단다
암컷을 지킨답시고 윽박지른 것이 전부였으니
두 말 없이 이제 슬슬 똬리를 틀고 동면에 들겠단다
마냥 꾸물거릴 바엔 차라리 허물을 벗고 설설 기든지
일단, 오만한 독설의 아가리부터 닥치겠단다
급행의 여생을 어중간의 중성으로라도 종착역을 향하고 싶은 지금
축 늘어진 것 굳이 거세할 필요조건이 없어졌단다
지방을 삼키더라도 이왕 처진 가슴 더 부풀리겠단다
저물어가는 해와 달을 품을수록 나날이 드세지는
수상한 암컷의 생리나 살피며
정녕 코가 석자가 아니어도 그래그래 끄덕이면서 죽도록 싫어도 좋아좋아 맞장구나 치면서
동지섣달 침묵의 긴긴 동안거에서 或의 혹을 달고 다시 새싹으로 움틀 날만 기다리면서
애초 싹수부터 누런 것이 거드름만 피우며 촐싹거리던
수컷의 허울
조급히 지나치는 칼바람 꼬드겨서라도
싹 벗겨버리겠단다
체면쯤은 으레 치레에 맡기고
설령, 눈무덤의 하얀 겁박이
암울하더라도
댓글목록
라쿠가라차님의 댓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시인님과 같은 생각을 할날이 오겠죠??
아직은 아니지만 으레 듣는 말이다보니 생각이나마 짐작이 가네요.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제발 그런 생각이 없길 바라겟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잘하시면
문제 없을 듯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라쿠카라차님!
香湖님의 댓글

나는 꼬리 감추고 두 손 모아 싹싹
파리꼴이 되어 삽니다
어쩌다 세상이 이리 되었을까
드러운 세상
그래도 수컷들 아자아자!
잘 계시지유?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이제 말년이라 어르신들 흉내를 내는가 봅니다
젊었을 적 감히 엄두도 못내던
비굴함이랄까요?
어쩌겠습니까?
세태를 거스르기엔 너무 나약한 저 자신이
수컷임에 아차 싶을 따름입니다
회복할 기회 영영
없을까요? ㅎㅎ
안부 주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