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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면책특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999회 작성일 16-01-19 00:23

본문

   

          명왕성에게

 

 

 

 

마르크스적 순댓국을 먹으면서도

우린 참 로맨틱했지

순대처럼 꽉 차버린 무엇이 되어

터진 제 내장을 핥는 포유류의 혀가 되어

지독한 것일수록

멈출 수 없었지

이따금 게츠비는 왜 위대해진 걸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파티에 초대되었으니까

어딘가 허술한 샴페인처럼

터져 오르고

흘러내리기도 했으니까

한 사람이 먹고 간 자리

살고자 할수록

바닥을 확인하려 할수록 가팔라지던

뚝배기의 기울기 같은 것으로

미래를 예감하고 싶지 않았어

그리운 나의 친구야

우리 동네에선 이제 키스도 사고팔아

고작 몸이나 사보겠다는 사내들이

몸을 팔던 여자들도 끝내 팔지 않던 것을

구멍 뚫린 포유류들은

추스릴 수도 없는 속을

아무렇게나 흘리고 다니는데

청소부들은 거리의 낙엽을 쓸어 모아

섬뜩한 포대자루를 세워

종국에도 떨어지지 않은 몇 장의 잎이

우리의 패전소식을 알려오고

나는 오직 천체물리학에서 벗어난

너를 떠올려볼 뿐이야

깜깜한 영원 속에서 너만의 각도로 기울어져 있을

네가 떠날 수 있는 가장 먼 곳에서

네가 돌아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자리로

오고, 가겠지

일제히 켜져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의 시간을

끊임없이 하늘로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고독한 크레인을

그리운 나의 명왕성아

너는 어떻게 무마하고 있니

한껏 움츠러든 퇴근길의 사람들 사이

횡단보도 저쪽의 사내와

횡단보도 이쪽의 여자가

내가 갈께 거기 있어,

아냐 내가 갈께

서로를 보며 웃어줄 때

마침내 가운데서 나눈 입맞춤 때문에

아주 잠깐 찬란해지는 거리를

어떤 마음으로 간직하겠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래미안 뒤편으로 몰고 가는

아직도 뜨거운

​저 게츠비의 태양은

 

 

추천0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국제천문연맹이 무어라 명명하든 한 번 이름은 개명하지 않는 특권을 가지셨군요.
시적 궤도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돌고 있는 행성을 왜소행성 134340이라 부르면 곤란하죠.
아직도 저 게츠비 태양이 뜨겁다고 한밤에도 역설하시는 면책님,
마을 높이 걸려 빛나는 플루토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적어도 오늘밤만은 면책특권이 없는듯.

오셔서 한방씩 먹여주는 처방 잘 다려먹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왜가리처럼 외발로 서 있어도 사방 두루 파악하는,
펄펄 튀는 여울목 다 탐색하는 필법.
폭넓은 시야의 구경각.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캣츠비에서 래미안뒤편의 달까지
오늘은 면책특권님께서 초대하는 문장의 파티에
초대되어 온 느낌입니다

소외된 명왕성을 이리 밝혀주시니
오늘은 다른 행성들보다 환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뒤늦게 은하철도 999를 탑승한 느낌입니다
시선에서 소외되었던 행성의 크기와 느낌 그리고 운행까지 미지를 탐험하게 하시니
좋은 여행이 됩니다. 좋은 시에 인사 놓고 갑니다

현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술술
몇번 읽다가 또 읽다가
읽게 해주셔서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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