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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805회 작성일 16-01-19 07:43

본문

 

 

겨울나기

 

그렇게도 나근나근 하던 겨울이

긴 침묵의 수행을 끝내고

제자리로 일순간 돌려놓은 동장군

거침없이 산을 넘고 들을 지나

혼을 빼놓는 솜씨가 여전하다

깊은 겨울의 협곡은

차디 찬 동장군이 거처 하는

그 누구도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

신비하고 궁금한 지상의 왕국일꺼야

시간이 지나고 지나면

마음을 풀어놓을 거라 생각 했는데

장군의 칼날은 점점 시퍼렇게

하늘을 닮아 가고 있다

황소바람 창틈으로 비집고 들어 와

일순간 냉랭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고 돌더니

보일러 온도계의 버튼을 잡고 있다

싸늘한 방 한켠 긍정과 부정의

마음이 오고가는 오후의 독백과 함께

스산한 흔적 마져도 얼얼하게 만든다

빛도 소리도 요란한 창밖의 몸살

서로 부등켜 안고 밤새 돌고 돌며

붉은 눈과 가슴에 주홍글씨를 쓰게 한다

새벽에 일어나 여백의 창에

하얀 서리 김이 맺힌

이 겨울과 동행해야 하니 중무장은 필수다

차고 따뜻한 기온의 경계에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진검 승부가 벌어지고

새우등 터지기 전에 이불을 끌어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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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엘06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날씨를 실감나게 묘사하신 것 같습니다.
단연으로 거침없이 내려 쓴 겨울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따뜻한 온기 가득한 하루되시길.

활공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엘06님 찾아 주셔서 감사 합니다
시인님의 시 늘 즐감 하면서도 흔적 남기지
않아서 죄송 합니다
우창방을 도배 해 놓으셔서 부럽습니다
감사 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시에 딱 들어맞는 날씨입니다
자꾸 바깥을 경계하게 되니 걸음 또한 무거워집니다
한편으로 안쪽을 다시 살피게 되니 뜨거운 밥과 반찬으로 시를 달래게 해 주시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개스비가 무서워 불을 자꾸 내리다보니 뜨거운 이불은 커녕 미적지근으로 꽁꽁 몸과 마음을 싸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집보다 사무실이 더 그리워지고 따듯한 이변이 발생합니다.ㅎ ㅎㅎㅎㅎ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활공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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