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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은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32회 작성일 16-01-17 00:34

본문

달팽이

 

 

친정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왔다

상추에 묻어서 우리집까지 따라온 달팽이

감잎 떨어지는 바람까지 따라왔다

텃밭 한 귀퉁이를 식탁에 올려놓고

상추 이불 덮어주고 키운다

혼자 있을 때 두런두런 이야기도 한다

가끔 한숨 묻어나는 소리에 

안테나를 세우고 속내를 감지하며

세상 무거운 짐 혼자 지고 느릿느릿 기어간다

고향 소슬바람이 작은 거실에 머문다

난 어디에 묻어서 여기까지 왔는가

이제 짝을 찾을 일 없는 자웅동체

언젠가 풀기 위해 감아놓은 꿈을 안고

굴레같은 집에 갇혀 지낸다

벗어나면 메마른 바닥 어둠뿐이다

어디선가 감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추천0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폭 싱그러운 수채화로군요.
물만 찍어서 그린 탓에 도무지 요란하지도 않습니다.
시인은 관찰하는 눈을 가졌고
사색이 달팽이에게도 빠른 발을 달아주겠다 싶네요.
시는 어쩌면 내면과의 대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상추는 상징과 추상,
'굴레같은 집' '메마른 바닥 어둠뿐'
시인은 가만히 있는데 달팽이가 말을 하네요.
'어디선가 감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까지 읽었습니다.
휴일 환하게 보내세요.

은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채화는 과찬이십니다
사족도 지적해주시고 감사해요^^
그 달팽이 단칸방에서 탈출하다가
식탁다리에 숨어서 말라죽었답니다
밝은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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