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에 관한 미분 *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뿌리에 관한 미분
이포
입만 열면 펼쳐지는 이야기 속 거목 한 그루
세파에 우뚝 맞서온
무수한 낙엽과 삭정이들의 뼈대
흔들릴 때마다 고목의 기운 퍼져나가
앙상한 듯 핏줄 가득한 묵시(默視)
강성한 뿌리의 힘 전하듯
빛, 품에 안아다 사그라지는 것들에 나눈다
부러지고 찢기고 쏟아져 역할 다한 듯
제 몸 낮추고 삭히어 발목 잠기도록 쌓인 말미들
겨울 산의 고락 털며 깃드는
가늘고 긴 방랑
창백한 바람 끌어안는
팔방 날아드는 험악하거나 나약하거나
계절을 초월하여 조건에 무관하게 휘어잡느라
갈라진 무늬들 뭉겨진 지문들
거목의 앙상한 그림자 설핀 긴 끝
땅거미 피어나는 시간 깃드는 것 모두 끌어안고 선
노숙의 바람들 깃들기 바라며
잎처럼 눈꽃 피우는 밤
성긴 가지 사이에 깃든 것들 위한
수혈이 끊긴 눈꽃 속 낙엽과 삭정이들 깊이 잠든
뿌리에 뼈대를 심는
끈덕지게 해묵은 가품(家品) 잇는
거목의 미분(微粉)
* 선조님의 영정 앞에서
댓글목록
광명인님의 댓글

잃었던 공간을 덕분으로 찾아왔습니다
천천히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반갑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