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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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펄을 낀 조그만 마을
신작로길 넘어
야산을 개간해
만든 밭
늦가을..
수수, 고구마, 콩농사로
분주하다
구리빛 얼굴 단발머리 소녀
툇마루에 가방을 놓는다
엄마가 노란 주전자
건내며 새참 심부름을
시킨다
노란 주전자 들고
흥얼 거리며
산길을 걸어간다
한참을 걷노라니
목이 말라
주전자 꼭지에
돌돌말은 종이 빼고
쭈-욱
빨아 본다
달콤한 맛과 어우러진
누룩 냄새
뿌연 걸쭉한 물..
제법 속도 시원하고
갈증도 해소 된듯하다
몇 걸음 걷다보니 또..
서너차례 그러고나니
빙그르..
기분이 좋아 유행하는
바니걸스 노래를
크게 불러본다
바니걸스 워터루..
일꾼들은
기다렸다는 듯
노란 주전자 받고
흐뭇해 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얼굴색은 그대로
대농가집 단발 머리 소녀
늘 엄마는 술을 담아
술조사 무섭다 하시며
담벽 밑 땅 속에
뭍곤 했다
술거르는 날이면
술 찌꺼미에
뉴슈가로 단맛 내어
한 공기씩 퍼 주었다
막걸리 거르기전
밥풀때기 몇 개 뜬
맑은 동동주는
아버지 몫이다
유년시절
땅속 항아리
엄마 막걸리에
익숙한 때문일까
소주향 보다 꾸리꾸리한
누룩 냄새 나는
곡주가 친근 하다
들기름 두르고
두부를 부치고
향수 젖은
동동주를 따라 본다
한잔.. 두잔..
옛 생각에
웃음이 빙긋..
댓글목록
커넥톰님의 댓글

어릴 적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집니다.
'술을 담아 술주사 무섭다 하시며 담벽 밑 땅 속에 묻는' 어머님의 마음도 느껴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