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6) 마지막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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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 안희선
사람들이 거리로 내던져지면,
꿈꾸던 별은 갈 곳이 없다
열리지 않는 취업문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
그들은 그림자가 없다
춤을 추며 사라지는,
검은 태양
지워지는 푸른 공기
눈물젖은 희망이 거리를 구른다
쓸쓸한 저녁은 눈꺼풀을 감고,
외로운 전등 아래 모여있는 가족들
빈 속에 얼어붙은 몸은
귀가(歸家)를 재촉하는 차디찬 바람 속에
유령처럼 발걸음을 옮긴다
이윽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거리
얼음조각 같은 세상
그러나, 꿈의 이유였던 사랑이
아직도 어느 가슴에서인가 남아있다
거짓말처럼,
Melancolie
* 오늘 포털에 뜬 뉴스 하나..
가족에게 취업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을 월급마냥 속이다가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젊은이
아, 삶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댓글목록
글터님의 댓글

꿈꾸던 별, 서성이는 사람들, 외로운 전등, 빈 속에 얼어붙은 몸...취준생들...마지막 잎새(=자살한 취준생 젊은이)...그리고 얼음조각 같은 세상에 갇힌 그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따스한 마음의 시인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그림자가 없는 존재...취업의 미로를 헤메이는 어둠에 갖혀 있기에 그러한가 봅니다. 그들에게 눈물 젖은 희망만을 안겨다 주는 세상은 냉담한 얼음조각과도 같았나 봅니다. 사랑을 위해 꿈(=취업)을 꾸던 그들...그 사랑이 꿈(=취업)의 이유였군요. 꿈의 이유였던 그 사랑이 그래도 어느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다는 희미하나마 한 줄기 희망을 보게 됩니다.
정말 시를 잘 쓰십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정갈한 시...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그냥, 마음이 아파서 올려 본 글..
생각하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모두 벼랑 끝에
몰려있다는 느낌
하긴,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젊은이들뿐이겠습니까만
아무튼, 젊음은 한창 꿈이 많은 시절인데..
그들의 꿈이 여지없이 학살되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귀한 말씀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자본주의 사회가 이렇게 발달? 했다는데
여전히 세상을 어렵습니다.
누구나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쓸쓸한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 절망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자본주의 사회의 발달..
어쩌면, 그건 이 시대의 사람들로 하여금 <화장실의 살찐 파리>이듯
그렇게 기막힌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강요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영양실조에 걸린 파리들은 그냥, 힘없이 죽어가기도 하고..
문득, 우리들은 무척 슬픈 시대를
절망의 힘으로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귀한 말씀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활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