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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그림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8회 작성일 16-01-12 12:20

본문

사랑의 그림자/광나루

 

안개 자욱한 길

촉촉이 젖어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림자 하나

아직은 때 묻지 않은 맨 몸이다.

 

누구의 자국도 아닌

가슴 있는 모든 이의 것이기에

처음엔 그렇게 외로이 기다리다

등불 하나 들고

추운 거리에

외투도 없이 나서는

나의 시린 발을 감싸는

동정으로 여물기 시작한다.

 

그림자

자라기 시작하면

모양새를 가다듬고

가슴 속 씨앗으로 자라

어디든 나의 뒤를 따르리니

 

벽 속에 숨겨진 빛의 찬란함 보다는

어루만지는

그 보드라운 손길 위에 앉아

노래하는

 

어제 보았던

굴욕의 덩어리들

철부지 광대놀음 탓하지 않고

그저

오늘이 좋아

여기 있음이 좋아

 

바람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걷고 달리지 못하지만

사랑의 그림자는

나만큼

나의 모양만큼 자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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