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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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아버지
세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맡겨진 시간이 다 마를때까지
우리는 조금씩 죽어 가고 있지만
자신만은 끝없는 시간과 동참하리라
믿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부비며
이렇듯 살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죽어 보지 못해 죽음이 두려운 사람들과
단 한 번도 죽어 보지 못해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들이
가을 지나 겨울 오듯이 죽음을 얘기하다
가까운 사람이 믿지 못하게도 스러지면
서글피 울고 좋았던 날들을 생각 타가
밤새워 죽은 이의 얘기를 하며 술을 마시고
그날 하루만큼은 진심으로 슬퍼합니다.
그러다 아침이 되면 일터로 떠나가고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어쩌면 죽은 이가
가끔 생각날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그래도 그는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아버지
이렇게 우리 모두는 죽은 이로 기억되어야 할텐데
손에 쥔 한줌 모래조차도 버리지 못하는 이 둔함을
어찌 해야만 합니까...
욕심과 희망이 얼마나 다른지,
새장 문을 열어 주어야 하는 새와 가두어야 하는 새가 어떻게 다른지
오늘은 오월 스무 하룻날.
아버지 그래도 바람이 찹니다.
나를 찾기 위하여 나를 버리기.
그 깊은 사색을 위하여 잠을 자야 겠습니다.
아버지 그 부서지는 웃음도 보고 햇살 문 따뜻한 이마 주름도 만져 보다가
잠이 깨는 날 아침엔
분명히 분명히 방안을 엿보던 햇살 몇 개가 삐질 삐질 눈치보며
머리맡에 와 앉아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댓글목록
시골넘님의 댓글

오늘의 글은 어제보다 조금 무거워보입니다
어제는 십대 소녀같아 보였는데 .. ㅎ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과 삶에 대한 따스하고 진중한 마음 보고갑니다^^
연풀잎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
誕无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날이 매우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연풀잎님의 댓글

네~오늘에서야 답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