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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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雪花)
어제까지는 구름이었고
꽃이 되자는 언약 같은 건 없었다
아가의 작은 발을 씻어주고 온 착한 지하수와
재래시장 노파의 한 많은 눈물
새벽 고양이가 감춰 놓았던 소변 서너 방울도
저 공동체의 조상이 되었을 것이다
영하 5도의 체온이지만 미소는 포근하여
행인들의 언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
어쩌다가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 정착하여
불안한 평화를 일구었는지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조마조마하게 긴장하는
찰나적 삶의 하얀 불꽃놀이
남남끼리 모여서 어깨 기대어 한 몸이 되었으니
언제라도 또 흩어질 각오는 되어 있다
내가 꽃이라고 불러주어도 그들은
내게로 와서 꽃이 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날개 달고 거침없이 추락하던 때를 회상하며
잠시 휴식하고 있는 것일 뿐
혼자만의 미관美觀에 헌신하려는 것일 뿐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아침에 눈부시게 와닿는 멋진 시 한편에 꽃보다는 그 뒤의 시인님의 마음을 보고 갑니다
자주 꽃 피워 주시길 바립니다
石木님의 댓글

이종원 시인님께서 들려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하여 주분하신 꽃들을 피워드리긴 어렵겠으나,
아무튼 꽃이 못 되면 다른 무엇이라도 되게 하려고
노력은 하면서 살아야 하겠지요.
올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귀감이 될 작품들을 종종 공개해 주십시오.
허영숙님의 댓글

눈을 입고도 나무는 우리에게 꽃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눈 조차 꽃으로 보게하고 또 좋은 글도 낳게 하는 것이
자연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石木님의 댓글

나무들은 깊이 잠들어 있어서 그들의 몸에 저렇게 예쁘게
꽃이 피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겠습니까?
과학문명이 아무리 발달되더라도
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은 영원히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서
우리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개 될 터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