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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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가고 싶었다 미처 수습하지 못했던 삶의 잔해가 휑하니 널브러진 곳에 내가 애써 외면했던 아픈 시간들이 차라리 착한 꿈이 되어, 안개 같은 인간의 숲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먼 하늘에서 살며시 내려 온 태양도 대지를 포옹하며, 골고루 구석 구석에 눈물어린 따스한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불안한 건 오직, 나밖에 없었다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서 달아나는 내 마음은 여전했다 꿈꾸던 아름다운 삶이 늘 그렇게, 나를 지나쳐 앞서 달려간 것처럼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나 원래 잃을 것도 없건만, 왜 항상 잃고 살아왔다고 느껴졌던지 그렇게 홀현(忽顯)한 구름처럼 걷다 보니,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이윽고 나도 없어지고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산 위로 창망(蒼茫)한 허공만 푸르게 빛난다 하늘에 이르는 길이 더 이상, 지상(地上)의 길이 아닌 곳에서 내 앞에 소리 없이 열린다 누군가 오래 전 부터 마음 한 자리 비워둔 곳에 비로소 즐거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야릇한 영혼 하나가 하늘에서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다 그와 인사를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이미 내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Free as a bird |
댓글목록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불완전한 이 땅위에서의 삶이란,
우리 모두는 그렇지 않으려나요..따지고 보면 잃을 것도 없는..
그럼에도 늘 아쉬움과 회한이 남고..
뭔가, 아득한 느낌이에요..
생각, 머물다 갑니다..몸, 잘 챙기시구요..^^
안희선님의 댓글

이번에 눈 眼에 문제가 생기면서,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데요..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게 우리네 삶인데
아무튼, 끊임없이 움켜쥐려고만 하는 삶 - 그건 저도 예외가 될 수 없고
雪 아닌, 눈만 해도 그래요 (계신 곳엔 眼 아닌, 눈 좀 내리라고 풍운조화신장에게 부탁할께요)
생각하면, 사는 동안 그저 잠시 육신의 시야 視野를 빌렸을 뿐인데, (본래 내 것도 아닌데)
그게 고장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나 자신이 우습기만 합니다
부족한 글..
고운 발, 걸음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 어쨌거나, 갈 때 가더라도 사는 동안은 아프지 말 일입니다
건강해야, 시도 쓰고 읽기도 하겠기에..
그러니, 늘 건강하시길요
활연님의 댓글

시력을 잃는 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눈이 조금 닫히면 시의 힘은 더 강해질 수도 있을까요.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좋은 날 지으십시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보이던 게 잘 안 보이는 답답함은 있습니다
요행히, 한쪽 눈만이라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감사해야 하겠죠
귀한 걸음으로 머물러 주시고,
격려의 말씀 주시니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먼 곳에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