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서두르지 않는 까닭 > 창작시

일출, 서두르지 않는 까닭

이포

깊은 바다는 고요로 메우고

불쑥 온몸으로 일어서는 건

또다시 해야 할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일시에 다 발하면 놀랄까 봐

보는 이 사는 곳마다

천천히 비취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외딴 곳까지 사는 이들

서둘지 않고 깨우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일시에 깨우면 혼란스러울까

겨울, 새벽부터 깨우는 것이다

무수한 사람의 눈 속에

희망으로 들어차는 것도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기 위한 까닭이다

산에도 들에도 바다에도

저렇듯 은은한 까닭은

먼 여정의 첫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