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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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발령 / 테우리
발령이다 /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 근친의 망령들과 죽자 살자 발버둥치던 제주 그 섬으로 되돌아가라는 / 모천회귀 명령이다 / 아! 내 요람이 묻힌 저 공동묘지 / 부산 앞바다를 썰물에 실어 바라다 본 저 멀리 / 수평선을 확 끌어안은 남녘 하늘가로 봉긋한 그림자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축하할 일인 듯 싶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은 발령이 아니라 금의환향일 듯한데요.
제주 바당도, 한림도 성산도 서귀포도 다 그립네요.
김태운.님의 댓글

정년이 가까워지면서 왠지 불안하군요 / 분명 설레는 건 아니고...
아무튼 감사합니다
제주 오시면 연락 주세요
소주 1병은 충분합니다
모자라면 두 병으로, ㅎㅎ
요즘 제주 대방어가 수온 탓으로 강원도로 출타했다는데
대신 히라스가 있습디다
활연님의 댓글

성산포 쪽에는 연신 올라온다 들었습니다.
부시리나 방어나 미터급들은 도무지 물고기인지 미사일인지.
정년이시라면 아무래도 생각이 많으시겠습니다.
저는 술은 잘 못 하기 때문에 혹여,
가게되면 '히라스'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부시리를 제주에선 히라스라 하나 봅니다. 예전에
낚싯대 아작낼 듯 덤빈 적 있는데... 너무 큰 놈이라
눈빛만 보았지요. 격렬비열도에선 부시리 너럭바위
던지기도 해보았지만, 제 취향은 아닌 물고기라...
이번에 '애월'은 어쩌다 못, 안 갔는데 그곳에 시가 있다
그런 생각은 듭니다.
편한 밤 되십시오.
김태운.님의 댓글

'애월'에 관한 시가 참 많긴 한데, 저도 지금은 그 근처로 이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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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혹은 / 서안나
애월(涯月)에선 취한 밤도 문장이다 팽나무 아래서 당신과 백 년 동안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다 서쪽을 보는 당신의 먼 눈 울음이라는 것 느리게 걸어보는 것 나는 썩은 귀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애월에서 사랑은 비루해진다
애월이라 처음 소리 내어 부른 사람, 물가에 달을 끌어와 젖은 달빛 건져 올리고 소매가 젖었을 것이다 그가 빛나는 이마를 대던 계절은 높고 환했으리라 달빛과 달빛이 겹쳐지는 어금니같이 아려 오는 검은 문장, 애월
나는 물가에 앉아 짐승처럼 달의 문장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활연님의 댓글

애월涯月
정희성
들은 적이 있는가
달이 숨쉬는 소리
애월 밤바다에 가서
나는 보았네
들숨 날숨 널실대며
가슴 차오르는 그리움으로
물 미는 소리
물 써는 소리
오오 그대는 머언 어느 하늘가에서
이렇게 내 마음 출렁이게 하나
(창비시선 2009)
활연님의 댓글

애월에서
이대흠
당신의 발길이 끊어지고 부터 달의 빛나지 않은 부분을 오래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른 마음은 초름한 꽃만 보아도 시려 옵니다 마음 그림자 같은 달의 표면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발자국이 있을까요
파도는 제 몸의 마려움을 밀어내며 먼 곳에서 옵니다 항구에는 지친 배들이 서로의 몸을 빌려 울어 댑니다 살 그리운 몸은 불 닿은 노래기처럼 안으로만 파고 듭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불빛도 물에 발을 들여 놓으면 초가집 모서리처럼 순해집니다 먼 곳에서 온 달빛이 물을 만나 문자가 됩니다 가장 깊이 기록되는 달의 문장을, 어둠에 눅은 나는 읽을 수 없습니다
달의 난간에 마음을 두고 오늘도 마음밖을 다니는 발걸음만 분주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애월 바다까지
송재학
바다를,
물빛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
한눈으로 붙잡지 못하는 부피가 버겁다
아무리 퍼내도 걷잡을 수 없는
코발트 물빛이다
방파제와 정적이 소로 혀 들이미는 오후,
내 꿈을 유채꽃 대궁 위에 올려놓는다
가까이 다가가면 애월 길은 미끈거리는 식도
검은색의 비애에 사로잡힌 건 내 소용돌이다
칼날이 된 바다가 옆구리에 박힌다
천천히 서 있는 전신주들,
느낌표처럼,
터질 듯 부푼 어떤 생의 입구마다 꽂혀 있다
애월 바다는 파랑주의보에 익숙했으리
검은색 따라간 며칠 새
몇 개의 부음을 받았다
길 전체가 목관악기인 애월에서의 해미 같은
활연님의 댓글

인생
-─ 애월에서
이재무
저무는 먼 바다 먹빛으로 잔잔한데
방파제 둑 위, 할머니 한 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네, 유모차 밀며.
흑백의 풍경 속 몇 겹으로 주름진 시간
고여 출렁이고 있었네
저무는 먼 바다 하늘로 이어지는 지평선에서
노을은 가지를 떠나는 꽃잎같이 점으로
흩어져 선홍이 낭자한데
거북처럼 낮게 몸 웅크린, 지금은 다만
묵직한 침묵으로 밤을 기다리는,
밤이 오면 어화 피고 먹물 튀기며
비린내 땀내 진동할 오징어잡이 선박들
등 뒤에 두고
방파제 둑 위, 등이 활같이 휜 할머니 한 분
천천히 실루엣으로 걸어가고 있었네,
아주 먼 미래를 밀며.
활연님의 댓글

애월
이수익
제주에 가면 꼭 한번 가보라던
애월, 그 바닷가 마을은
결국 가보질 못했다.
파란 바닷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던
네 말이 무슨 비망록처럼 자주 떠오르곤 했지만
제주가 초행인 아내를 위해서는
성산일출봉과 민속촌, 정방폭포, 산굼부리 등속의
관광명소를 먼저 보아야 했으므로
결국 그 곳은 가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잘된 일,
애월은 이제 '다음에......'하고 내 가슴 깊이 묻어둘
애틋한 그리움의 한 대상이 되었으므로
미지의, 선연한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오랜 날들을 나는 즐겁게 시달리리라.
애월, 가슴에 품고 싶은
작은 기생(妓生) 같은,
그 이름 떠오를 적마다.
활연님의 댓글

애월에 이르는
정윤천
너와 함께 갔던 적 있었다
처음엔 누구나 그리 여겼을지도 모를
기꺼운 오독의 길, 애월愛月은
사실은 물가의 달로 떠서 어룽거렸다
애월涯月로 흔들려도 길은 오히려 확연해졌다
물속의 들의 이랑은 검고도 푸르렀나니
검고도 푸른 삼단의 머리채를 바람의 일순이 와서 풀어헤쳤다
순식간에, 뒈싸진 바당*
바다는 오롯이 저에게로 젖고 말았는가
우리는 또 무엇으로, 가슴 속의 애월 하나쯤을 꿈꾸었는가
어디선가 점점의 은빛으로 가까워오는 선미船尾 몇 개가
길고도 오래 나부끼는
월광의 춤사위를 견뎌
더디면서도 오는 동안까지가
한사코는 애월에 이르는 길이었는가.
* 그 섬의 사람 하나는 저 말이 ‘뒤집혀진 바다’라는 뜻이라고 일러주었다.
활연님의 댓글

애월
엄원태
하귀에서 애월 가는 해안도로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길이었다
밤이 짧았단 얘긴 아니다
우린 애월포구 콘크리트 방파제 위를
맨발로 천천히 걷기도 햇으니까
달의 안색이 마냥 샐쭉했지만 사랑스러웠다
그래선지, 내가 널 업기까지 했으니까
먼 갈치 잡이 뱃불들까지 내게 업혔던가
샐죽하던 초생달까지 업혔던가
업혀 기우뚱했던가, 묶여 있던
배들마저 컴컴하게 기우둥거렸던가, 머리칼처럼
검고 긴, 밤바람 속살을 내가 문득 스쳤던가
손톱 반달처럼 짧아, 가뭇없는 것들만
뇌수에 인화되듯 새겨졌던 거다
이젠 백지처럼 흰 그늘만 남았다
사람들 애월, 애월, 하고 말한다면
흰 그늘 백지 한 장, 말없이 내밀겠다
김태운.님의 댓글

涯月에 관한 시들을 읽다보면 애월의 '애'자에서 느끼는 감정이 달과 어우러져 애처러우면서 서럽기도하고 그립기도 하고, 더불어 야릇해지는 느낌이랄까 대개가 비스므리하더군요///
활연님 덕분에 좋은 느낌으로 애월을 훑어봣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잠 되시길...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는데,
다양한 정서가 있군요.
저는 아예 애월 쓸 생각은 말아야겠군요.
좋은 밤 되십시오.
활연님의 댓글

애월
조정
바다가 와서 부딪는 소리 끌고 내륙으로 가는
어둠들 뒤에서
달이 미끄러지는 소리를 들었어요
당신도 더 깊은 잠속으로 가라앉으며
등으로 우는
내 소리를 듣기는 들었겠지요
꿈이 저 혼자 일어나
검은 바위 끝에 대롱대롱 달려 자맥질 하는 동안
올 풀어진 뜨게 옷 등판만 입고
나는 잤어요
투신한 달을 삼킨 채 마음이 한 눈금도 더하지 않은
바다를
코끝까지 당겨 덮었지요
비렸어요.
활연님의 댓글

애월 바다
이정환
사랑을 아는 바다에 노을이 지고 있다
애월, 하고 부르면 명치끝이 저린 저녁
노을은 하고 싶은 말들 다 풀어놓고 있다
누군가에게 문득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과 먼 파도와 수평선이 이끌고 온
그 말을 다 받아 담은 편지를 전하고 싶다
애월은 달빛 가장자리, 사랑을 하는 바다
무장 서럽도록 뼈저린 이가 찾아와서
물결을 매만지는 일만 거듭하게 하고 있다
은영숙님의 댓글

김태운 님
아우 시인님! 발령이라니요?
케티엑스가 울겠네요 아니 따뜻한 봄날
부산을 꼭 갈려고 했는데 ......제주로 다시가면 동생은 좋으시겠지만
이 누이와는 영영 이별 할것 같아서 눈물 맺힙니다
혹여 제주로 방향을 돌릴지도 모르죠......딸들과 같이 갈테니
한잔 살꺼죠 ?? 영전 승진으로 출세길 열리남요
복 많이 받으셨습니다 축하 해요 아우님!!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서울 나들이는 여기 부산 보다 제주가 훨씬 쉽습니다
정년이 다 되어서 승진이니 영전이니 다 무슨 소용이겟습니까
정이 들만하면 떠나야하는 평생 나그네 인생인 듯합니다
아무튼 염려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마음 깊이 새기겟나이다
혹, 제주 들르시면 여기 시마을은 아직 안 떠났으니
연락이 닿을 겝니다
감사합니다
은영숙 큰누님!
고현로님의 댓글

애월이 어떤 곳인지 가보지 못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습니다.
세상에....애월이라는 시가 저리 많다니....
김태운.님의 댓글

사실 특별한 관광지거나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랍니다
제주시 인근 지역으로 예로부터 공직자들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보아 교육열이 높았다 싶군요
애월이라는 어감과 의미가 주는 뉘앙스가 좀 유별한 것이 아닌가도 싶고
읍 단위 작은 지역이지만 애월 문학회가 있을 정도로
문학에도 관심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