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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거리는 저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살아있는백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6회 작성일 15-12-27 18:10

본문

출렁거리는 저녁

 

후두둑 한 무리의 새가

저녁 밥 짓는 내음에 놀라

날아가버렸다

나무 한 그루 그 자리에

홀로 남아 출렁거렸다

너댓살 정 많은 아이의 울음이

천천히 잦아드는 것처럼

어느새 출렁거림이 사라지고

고요가 찾아왔다

낯선 곳에서 맞는 저녁처럼

차고 서늘하였다

어머니께서 그런 풍경들을 좋아하셨다

마치 요람에서 무덤까지

나를 지켜낼 것처럼 그런 풍경들을

아이처럼 따라다니곤 하셨다

이러한 풍경들이 내 곁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문득

낯선 곳에서 출렁거리며 나를 흔들 것이다

마치 한 무리의 새들이 출렁출렁

나무를 흔들고 갔던 그날의 저녁 풍경처럼

나를 흔들어 놓고서는 내 울음이

잦아드는 풍경을 물끄러미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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