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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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하루
이포
아침, 전율의 힘찬 율동을 본다
누군가 물의 뼈를 건져 들고 물의 살들만 흘려보낸 것이다
눈 속엔 처음부터 뼈가 없었으므로
풍경들은 뼈가 발라진 순한 물결일 수밖에
미지를 내닫는 지하철에서
나도 한 결의 일부가 된다
태산을 쌓는 사람이 있다
앞 못 보는 그는 꽃이 지는 것이나 꽃의 빛깔을 알까
눈 속엔 언제나 홀로 까만 계절일 그의 행위가
아이들을 먹이고 가르치고 키웠을 것이다
그 꽃의 빛깔이 그가 쌓은 태산이다
도착역 출구 밖이 흥건하니 겨울빈가 보다
포장마차엔 낮 11시부터
설익은 인생 붉게 익히는 객도 있다
소주를 친다고 구멍 난 가슴이 메워지랴만
낡은 포장 안으론 피해도 비가 오는 법
샐 것은 다 새고 만다
행사엔 있어야 할 순서는 다 어디 가고
노인들 말 자랑 외 신예들 재롱이 전부였다
돌아오는 길 팔순 시인의 「이발소에서」를 생각한다
머리카락 없는 사람이 이발소엔 더 자주 간다
글이 안 되는 사람이 퇴고를 더 많이 하는 것처럼
그는 강원도 사람으로 감자보다 오이를 더 닮았다
박수를 많이 받는 그는
씨앗 많은 수박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잘 익은 말들이 수박씨처럼 머릿속엔 빼곡할 것이니
오늘은 상충의 결들로 눈 속이 가시덤불이다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여전히 왕성한 필력을 내뿜으시는 것 같습니다.
"글이 안 되는 사람이 퇴고를 더 많이 하는 것처럼"이라는
표현에 뜨끔해져서 읽다가 멈춘 행을 한참 노려봅니다.
건필하세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압! 그 말은 제 이야기 입니다만 써 놓았으니 뺏어 가셔도 할 말 없네요.
요즘도 고현로 시인님의 글 감명 깊게 잘 보고있습니다.
올해도 좋은 결실 고대해 봅니다.
건강하세요. 행운을 빕니다.
안세빈님의 댓글

ㅣ 연을 보고 살짝 전율이 왔습니다.
이영균 시인님 요즘 시신이 강림하셨나 봅니다.
대단하십니다.
잠시 핸드폰 뚫어져라 쳐다보고 감사하다 내려놓습니다.
따사로운 오후 되십시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과분한 말씀이세요.
뭐 어디 좀 내 볼까해서 썼다가
도전하기엔 경쟁이 너무 빡쎠서 포기하는 통에
창작 방에 올린 글이 많아졌네요.
아무튼 이쁘게 봐 주시니 감사하고
오히려 문학상에 당선 된 것 보다 더 기분 좋네요.
감사합니다. 안세빈님
무의(無疑)님의 댓글

저는 3연은 좋았고
소주를 친다고 구멍 난 가슴이 메워지랴만
낡은 포장 안으론 피해도 비가 오는 법
샐 것은 다 새고 만다
4연은 별로 ~ ^^
머리카락 없는 사람이 이발소엔 더 자주 간다
암튼, 정호승 詩처럼 '진술'의 힘을 느끼고 갑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정 시인님 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기분이 좋으네요.
이발소 이야기는 조금 죄송합니다만요.
조만간 가슴에 뚫린 구멍 좀 메우게
한 번 뵈었으면 좋겠는데요.
건강하세요.
Sunny님의 댓글

저는 퇴고라는 말 자체가 낯선데 그럼 ???ㅎㅎ
저도 3연이 좋습니다
첫 인사 드립니다 연말 잘 보내십시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반갑습니다.
오 샘 통해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송년회에서 플룻 연주 감상 잘 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 클라니넷 조금 했었습니다.
언제 제가 주관하는 행사에 초대하여 연주를 요청하면 좀 해주십사 간청합니다.
년말년시 다복의 행운을 빕니다. Sunny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