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나는 혼자였을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그때부터 나는 혼자였을까
아무르박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버스를 타러 가는 길
기괴한 괴목들이
이상한 나라의 병정들처럼 도열 해 있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
벤치가 놓여있던 그곳은
내 마르지 않는 서정이 꿈틀거리던 곳
25번 버스를 기다리며
도시로 하산했던 마음은
이제 하느님과 마주 앉은 낮은 나지막한
동네로 가야 했다
마음이 울적해지면 떠나는 여행처럼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우리 집 옥상에 올라
반짝이는 도시를 보고 동경해 왔던가
해가 지면 내 남루한 집들이
세상의 바다에서 보는 풍경이었으리
굽이굽이 돌아가는 골목길에
외로웠던 가로등은
세상의 무관심으로 껌벅거리다가
영영 잠이 들곤 했던 나의 동네
집 잃은 고양이들이 갈 곳을 잃어버리면
찾아들던 숲이었던 그곳
이제는 아련한 불빛이 되어 아슴츠레 사라지고
병정들의 이름은 플라타너스
그 이름을 알게 되었고
잃어버린 25번 버스의 노선은
승용차를 몰고 사라졌고
도시의 바다를 동경했던 옥상은 무너져
마천루가 송곳처럼 하늘을 찌르고
집 잃은 고양이는 숲을 잃었다
나는 가끔 유년의 윗목에서
덜컹거리는 25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싶다
나는 가끔식 들리는
집잃은 고양이가 우는 까닭을 알 것만 같다
추천0
댓글목록
하얀풍경님의 댓글

조그만한 인지들이 그리울떄가 저도 문득 문득 듭니다.
그럴때 마다 슬퍼지기도 하고 어쩔때는 그럴대도 있었지 하고 합니다
저 개인 적인 생각이지만 욕십없이 순수한 가짐으로 앞을 나간다는것이 참 좋은것같습니다
시 향기 속에 잠시 머물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