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폐선
나는 고요함의 주인입니다 나는 바람의 쉼터입니다 나는 새들의 정거장입니다
내 안에 있던 바다는 어디론가 지금 떠나갔습니다. 돌아온다는 약속을 한 적 없었습니다.
나의 골격은 뿌리를 찾아 가고 있습니다
그 길을 찾기 위해 대서양을 누비며 이 몸 누일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내 몸에 흐르는 생의 전류는 꺼졌지만 나는 바다를 보았습니다.
바다의 숨결에 나의 호흡도 수시로 변해 갔습니다.
잔잔했던 날보다 폭풍 속에서 더 단단하게 바다를 붙들었습니다.
구순 노인의 눈을 닮은 시간들은 이제야 바다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로 부비고 살았던 그곳도 잠시 나의 몸에 기대어 쉬어가려 합니다.
철얼썩 거리는 노래 한 소절 풀어 놓습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아도 움직이는 중심에 있게 되었습니다.
움직일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낍니다.
나는 나의 몸 깊숙이 들어왔던 바다에게 돌아갑니다.
천천히, 천천히
응어리진 가슴 풀어놓고 가려고 합니다.
댓글목록
하얀풍경님의 댓글

자기 자신의 안좋았던 것들을 풀어놓고 바다에 돌아간다
시인의 마음에 바다의 깊이가 어느정도 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봤는데요
너무 깊게는 들어가면 자신도모르게 그 깊이에 무서움을 느낄수 있을것 갔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할것같네요.
응어리진 것들이 자연스레 풀려졌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깊은시 속에 잠깐이나마 들여다보고 갑니다.
육손님의 댓글

훌륭한 시입니다.
제목이 폐선 이지요.
제목과 시 전체가 수작입니다.
초보운전대리님의 시심이 이토록 대단하신지 이 시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수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