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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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손
모롱이 굿당이 있다
촛대 붉은 눈 휘둥그레 밝은데
칼춤이라도 추어야 몽니 부러져
뒹굴 것인가
돌 속 파고들다 제 몸이 칼이 된 따개비며
물컹한 눈물로 온몸이 된 굴이며
산비알 붙들고 날 선 바위들이며
비탈에 말뚝 박은 겨울나무들
제각기 먹줄 놓아 물굽이 본다
수평선은 발밑에 와 말한다
누구도 누구 위에 치솟지 못하고
누구도 물의 이마 딛고 높아질 수 없다
짙푸른 한 떼 뭍으로 묻어나다
검은 숲을 향해 스민다
뒤에 두면 물이 되는
앞으로 나서면 칼이 되는
물이랑 물도랑을 쓰고
너랑 나랑이라 읽는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도덕은 예술과 달라서, 결국 그 공리성으로 정당화된다. 말하자면, 도덕은 세상을 좀더 인간적이고 좀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혹은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의식─ 한때는 다소 노골적으로 관조 능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은 행동보다 폭넓고 다양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의식은 예술과 사변적 사유를 자양분으로 삼는데, 이 활동들은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활동이거나, 아예 정당화 자체가 필요 없는 활동이다. 예술작품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어떤 것을 보여주거나 이해시켜주는 것이지, 판단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활동에 감각적 즐거움을 곁들이는 것이 예술작품에서 타당한 단 하나의 목적이요, 예술작품의 정당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근거다."
「해석에 반대한다」_ Susan Sontag, 에서.
고현로님의 댓글

따개비를 아시네요.
활연님 이미지는 화려한 도시의 어디 골목 칵테일바에 칵테일 같은데...
삿갓조개라고 할 줄 알았는데, 따개비라고 하시네요.^^
'물컹한 눈물로 온몸이 된 굴'도 기가 막히는 표현 같습니다.
따개비, 청각, 쇠미역 잔뜩 붙어있는 갯바위에 서 있으면 마음이
진짜 푸근해지는데요. 덕분에 고향 바다가 그리워집니다^^
나문재님의 댓글

천사들도 내려올 수 없는 슬픈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ㅎㅎ
배경음악을 듣고났더니 갑자기 하고싶은 말이 많아집니다, 하나마나한 말이 될게 뻔한데 말이지요...
불도저처럼 시를 밀고 가시는 활연님.
'저물손'이 무슨뜻인가요?
동피랑님의 댓글

돌아보면 내 웅덩이는 혼자 하늘을 다 품은 줄 알고 썩어갔던 것이다.
열어젖히면 혼도 흘러서 바다에 닿아 고둥이며 따개비며 굴이며 갯지렁이며 온갖 생명을 낳을 텐데 말입니다.
늘 보는 풍경입니다만 저건 예술이고 내 사유는 도덕에도 못 미치는 잡생각이더군요. 손택의 말씀은 폼 잡고 강요하는 어지간한 경전 이상이다.
오늘은 무릇 소금끼가 잘 절여진 맛입니다.
하루 두 끼 먹는 경우가 허다한데 시를 읽고 한 끼 더 먹은 포만감으로 이번 주 첫 근무 출발이 산뜻합니다.
비가 오니 손님들이 모두 버섯뿐입니다. 내일은 모처럼 집에 왔다는 막내에게 시집 한 권 주려고 준비했어요. 키도 정신도 아직 어린 수준이라 지나 내나 찬란유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 좋은 시를 읽을 안희선님 안부도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이쁜 따님들 이불 덮어 주는 아늑한 밤 되세요.
활연님의 댓글

주말에 이리저리 떠돌다 쓴 사소한 기록이지요. 요즘은 간단히 적자 하는데
유치인지 치유인지 늘 글이 그렇습니다.
낮의 바다는 마음을 써레질하고 밤의 바다는 사색적이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물손=저물녘 같은 말로 알고 있습니다.
간밤엔 열 시간도 더 잔듯싶습니다. 여독인지 술독인지
또 한주의 시작이네요. 우연히 오래전 음악을 듣는데
짠하고 슬프고 지구는 구형 같은데 모든 행성은 모서리가 닳아
원형 같은데 세상엔 질곡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잔 손택 두 권을 가끔 꺼내 읽는데
와 닿는 말이 많더군요.
아픈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으련만,
세 분 고맙습니다.
힘찬 한주 지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