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무렵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해질 무렵
박 비 호
아버지께 모처럼의 휴가 드리고,
조금 전 엎지른 행복조차 기억 못하며
당신의 환상 따라
과거와 현재 들락거리고
오빠 언니 삼촌 올케 마음대로 부르시는
어머니 모셔 온 날
봇짐 채 풀기도 전
초점 없는 질문 쉼 없이 걸어 나오고
날선 대답 점점 빠르게 날려 보내다가
그만 지쳐 아내와 교대한다
어둠이 어둑어둑 집 앞에 설 즈음,
까만 터널 같은 세상 지나올 때
당신의 生 조금씩 떼어내며 흘리신
어머니의 피눈물 생각에 목이 메이고
어머니 눈동자에 비친 어릴 적 모습에
울음 못 그친 오늘, 해질 무렵
댓글목록
나문재님의 댓글

왜 이 나라 어머니들은 전부
까만 터널을 빠져나오시는걸까요?
훗날 내 자식들도 나를
까만 터널같은 세상을 빠져나온 어머니로 기억할까요?
일흔여섯 우리 친정엄니도 시방 겨우 그 터널을 빠져나왔는데
벌써 몸이 다 늙어버리셨네요...
가슴 한켠 묵지근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