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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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깊은 데로 겨울비가 내린다
하늘 저 어느 메를 유랑하다 아침을 두드리는
겨울 손님과 동행하며 걷는다
비는 난 바다의 철썩 이는 파도 소리를 들려준다
호수에 부서지는 은 조각 같은 물 비늘을 보여주기도 하고
젖은 숲 안개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우리네 인생도 비의 순환과 같아서
나고 늙고 병들고 그러다 죽고 하지만
스러지는 듯 보일 뿐
파도이다가 물 비늘이다가 안개이다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삶을 적신다는 생각.
오늘은 추적추적 겨울 비가 내리고
시간은 어제처럼 순하디 순하다
내일이면 물 마른 대지에 햇살은 또 부서지겠지
내 몸 속을 흐르던 묽은 물 한 방울도
내리는 빗속에 섞여있을 것이란,
찬바람 불어 진눈깨비가 되고 함박눈이 된다 해도
스토리의 기승전결은 변치 않을 것이란,
그런 생각을 해 보는 아침
겨울 비와 동행하며 묵상해본다
사랑과 이별과 삶과 생과 영원에 대하여
가벼이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거칠 것이 없어라.
도움닫기 멀리뛰기가 가비얍게 이 겨울도 넘길 듯.
힘찬 필력을 느끼게 하는 시(詩)!
활연님의 댓글

서정적 운치가 느껴지네요.
윤희승님의 댓글

올챙이 둠벙에 황소개구리가 두 마리(님)나,
겨울비 갰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들 되십시요
이종원님의 댓글

가벼이 걸어가는 보폭이 날개를 단듯 눈부시게 날아갑니다
뒤쫓다 보니 어느새 사라져, 다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궤적을 쫓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