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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5> 사람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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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210회 작성일 15-12-10 19:23

본문

 


철수네 아버지도 사람이었다


일년에 한번쯤은 연탄재 뿌려 논 가풀막진 빙판 길을 걸어 우리가 사는 산동네에 발자국을 찍었다 메가네에 백구두, 분홍 남방 주머니에 금 도금한 만년필을 꼽고 가난 찌든 골목길에 나타난 번지르르한 신사를 보고 부지깽이를 든 철수엄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런 염병할 놈 예가 어디라고, 철수 엄마 몸뻬 바짓단으로 불똥이 뚝뚝 떨어졌다 터진 손등으로 다마치기를 하던 철수는 브로크 담장을 발로 냅다 걷어찼다 다마를 많이 딴 나는 그 때 철수의 아픔을, 슬픔을 읽지 못했다


철수네 수돗가 깨진 시멘트 틈에 몇 번인가 얼음이 얼었다 풀리고 우리 집 대추나무도 키가 컸다


그 동안 철수네 집에는 하늘만 아는 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찬 비내리던 어느 저녁 철수이모가 언니 언니 울면서 대추나무 아래를 지나갔다

그리고 학력고사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밤 내 친구 철수는 불 꺼진 가로등 기둥에 슬픔을 매달았다

나일론 끈으로 두 손을 꽁꽁 동여맨 후에 야멸차게 걸었다

철수 나이 열 아홉 이었다


철수도 인간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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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희승님의 댓글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속물 / 팔삭동이


세상에 속물이 많고도 많다마는 이런 속물도 있다
소위 삼류시인이라는 속물이 그들인데
이 속물들은 예외 없이 고고한 날개를 가진 척한다
뒤뚱대는 오리 주제에 은빛으로 활공하는 鶴인 척 하는 것이다
달과 별과 바람과 꽃을 그들은 재탕 삼탕 뼈가 삭을 때까지 우려처먹는다
그리움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A4 용지로 군불을 때댄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오만하다 신의 침실을 엿보려 한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날벼락이 되고 싶다는 것은 싸구려 명분
한 푼의 돈을 위하여 에는 나는 몰라요 정말 몰라요 하다가도 한 송이 꽃을 위하여 에는 게거품을 문다
저도 저를 모르면서 우주와 인생과 세계를 들먹이곤 한다
가관인 것은 속물중의 속물이면서도 속물을 경멸한다는 것이디
희번지르르한 문장은 속물들이 애용하는 이쑤시개나 끄윽 내뱉는 트림,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부디 바라건대
당신들은 여기 이 속물을 닮지 말기를
죽어도 닮지 말기를

안세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세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속물...ㅎ 저는 시인이 아닌지라 속물  아니 겉물 꾸정물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팔삭동이시인님^^
일년만에 인사드리고 토욜 일년만에 뵙겠습니다.
여전히 좋은 글 펑펑 쏟으십니다.
부럽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우!
내가 원위사심,이면 이건 반드시다.
'브로크', '다마' 참 좋다. 다시
와우(蝸牛)다. 누가 알겠는가 저 껍질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발, 발, 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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